한화 조한민-이동훈-최인호(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화는 리빌딩 전문가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앞세워 2021시즌을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은 젊은 자원을 과감하게 1군에 기용하며 소위 ‘경험치 먹이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육성과 더불어 성적까지 챙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현실은 역시 녹록치 않았다. 12일까지 한화는 79경기에서 29승50패, 승률 0.367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젊은 선수들의 활기 찬 활약을 앞세워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듯했으나, 중반으로 갈수록 순위경쟁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한화와 수베로 감독은 리빌딩을 포기하지 않았다. 리빌딩 과정에선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성적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 특히 외야수들에게 경쟁의 장을 마련해줬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기회를 준 것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유장혁, 임종찬 같은 젊은 외야수들이 적어도 100타석은 소화할 수 있게 기회를 먼저 줬다. 그 정도라면 선수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기준을 밝힌 바 있다.
만족할 만한 성장곡선이 그려지지 않자, 수베로 감독은 유장혁과 임종찬을 2군으로 보내고 새로운 외야 자원 조한민(21), 이동훈(25), 최인호(21) 등을 콜업해 기회를 줬다. 이들은 최근 1군 경기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경쟁에 새롭게 불씨를 당기고 있다.
조한민은 수베로 감독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자원이다. 빠른 스윙에 일발장타력까지 보이고 있는 그는 수비에서도 내·외야 전천후의 능력을 뽐내고 있다. 시즌 타율은 0.238에 불과하나 5월말 1군 콜업 이후 4개의 홈런을 터트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동훈은 넓은 수비범위를 바탕으로 최근 중견수로 자주 선발출장하고 있다. 주전 노수광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는 모습이다. 다만 타격에서 더딘 성장이 숙제다. 0.211에 불과한 타율을 2할대 중반까지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최인호는 최근 폼이 가장 좋은 외야수다. 9일부터 11일까지 SSG 랜더스와 인천 원정 3연전에선 9타수 3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중 2개가 홈런이었다. 이 3경기에서 5타점을 올리며 외야 성장경쟁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어필했다.
비록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전반기 한화에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는 젊은 외야수들에게 안기는 경험치는 결코 낭비가 아닌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가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