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G 트윈스와 평가전을 가졌다. 교체 등판한 대표팀 김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은 24일 LG 트윈스와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의 투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숱한 투수들을 봤던 베테랑 사령탑의 평가. 김진욱은 이 기분 좋은 긴장을 즐기고 있다.
김진욱은 24일 고척에서 열린 LG와 평가전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0-2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이영빈을 루킹 삼진, 김재성을 1루수 땅볼, 정주현을 다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상대 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들 정도로 자신감 있는 승부였다. 원정숙소에서 술판을 벌인 박민우의 대체선수로 합류, 데뷔 시즌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진욱은 그 데뷔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김진욱은 “정식경기는 아니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 경기를 치렀다. 프로 무대에서보다 더 긴장됐다. 오히려 긴장했기 때문에 더 좋은 공이 나왔다. 양의지 선배만 믿고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며 국가대표 데뷔전을 자평했다. 최고구속 147㎞, 평균 146㎞가 찍힌 자신의 공을 믿은 것. 1이닝 투구라 표본이 많지 않지만 커브와 슬라이더는 1개씩. 팀의 대선배 이대호의 조언대로 오직 속구만 승부했다. 김진욱의 공이 워낙 좋기 때문에 사실 그를 둘러싼 주위 모든 선배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양의지 역시 “장점을 살리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김진욱에게 매일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진욱은 “감독님께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신다. 먼저 하이파이브도 해주시고. ‘가운데만 보고 던지면 아무도 못 친다’고 해주신다. 그래서 더 편하게 적응했다”고 밝혔다.
적절한 긴장은 퍼포먼스에 큰 도움이 된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위기가 익숙한 김진욱. 이를 너무도 잘 안다. 김진욱도 “도쿄에서는 당옇니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가게 되면 오늘보다 더 긴장되고 설렐 것이다. 더 좋은 구속과 공이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만화 ‘드래곤볼’의 전투민족 사이어인은 위기를 넘기면 전투력이 오른다. 한계가 없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수록 강해지는 설정. 김진욱과 꼭 닮았다. 벌써부터 한계치 설정의 필요가 없다는 이치를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김진욱이 도쿄에서 아주 약간만 더 긴장한다면? 아직 성장할 여지가 무한하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