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투명한 기준과 남다른 멘탈, 김제덕-안산 金 원동력!

입력 2021-07-25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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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왼쪽), 김제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양궁 최강국이다. 1984LA올림픽부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무려 23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다 보니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규정이 대폭 변했고, 타 국가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 대중들에게는 양궁 금메달이 당연한 일이 되다 보니 선수들의 부담은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 당연한 일을 해내기 위해 엄청난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대표선발전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대회 당일의 컨디션과 집중력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영원한 강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당장 리우올림픽 남녀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구본찬(28·현대제철)과 장혜진(34·LH)은 2020도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대표팀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 짝을 이뤄 따낸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올림픽에 처음 나서는 막내들이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는 가히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양궁의 체계적 시스템을 통해 단련된 이들의 멘탈(정신력)은 남달랐다. 경기 내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경험 부족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김제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제덕과 안산은 남녀부 랭킹라운드에서 각각 688점, 68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대표팀은 애초부터 랭킹라운드에서 최고점을 얻은 선수를 혼성전에 내보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잡음이 나올 수 없는 확실한 선제조치였고, 막내 둘이 그 티켓을 따냈다. 대선배 오진혁(40·현대제철)과 김우진(29·청주시청), 강채영(25·현대모비스)과 장민희(22·인천대)는 김제덕과 안산이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세트 점수 4-2로 앞선 네덜란드와 결승전 4세트 30-39에서 안산의 마지막 화살이 9점 과녁에 명중해 승리를 확정(세트 점수 5-3)한 순간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김제덕과 안산이 올림픽 양궁 혼성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김제덕과 안산의 남다른 멘탈도 금메달의 원동력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을 시작한 김제덕은 어려서부터 천재로 불렸고, 낙천적이면서 꼼꼼한 성격은 집중력이 필수인 양궁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한국남자양궁 최연소 메달리스트로 등극한 원동력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리우올림픽 때 싱글벙글하며 지켜봤던 무대를 직접 밟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안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안산도 전남체중 3학년 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대회에서 전 종목을 석권(6관왕)하는 이정표를 세웠고, 고교 진학 후에는 각종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높은 집중력과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멘탈은 안산의 최대 강점이다. 이날 첫 경기인 16강전 첫 세트에서 7점을 쏜 탓에 흔들릴 법 했지만,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결승까지 한결같은 컨디션을 유지한 비결이다.

도쿄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 애국가를 울린 두 영웅은 금메달의 기쁨을 잠시 접어뒀다. 남은 경기를 위해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것이다. 김제덕은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에 힘을 보태겠다”고 26일 열리는 남자단체전을 바라봤다. 이들의 위대한 도전은 개인전까지 계속된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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