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께 죄송합니다” 대신 “자랑스러우실 것”…앞으로도 이 말이 듣고 싶다

입력 2021-07-25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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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진(왼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 출전. 운동선수에게는 자신의 종목에서 국내 최고라는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는 자체가 성취이며 영예다. 승리가 아닌 참가 자체가 올림픽 정신으로 꼽히는 이유다. 승패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원진(29·안산시청)의 소감은 잔잔한 울림을 안겨줬다.


김원진은 24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60㎏급 패자부활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카 맥헤이제(프랑스) 상대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지도패(반칙패)를 당했다. 세계랭킹 9위 김원진은 5년 전인 2016리우 대회 8강에 이어 2연속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대회는 조금 더 욕심을 냈다. 1월 열렸던 2021 국제유도연맹(IJF) 도하 마스터스에서 금메달 획득 직후 부친상 소식을 접하며 오열했던 김원진. 올림픽 메달을 아버지 영전에 바치겠다는 각오로 가득했다. 동메달 결정전 패배 후 눈물을 흘린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상 후회는 없다. 김원진은 동메달 결정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좋은 성적을 보여드렸다면 좋았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수고했다. 잘했다’라고 해주실 것 같다.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원진(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각자의 목표와 동기부여로 뭉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들은 마치 죄를 지은 듯 고개를 숙이곤 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선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4개·은메달 3개·동메달 1개를 수확하고도 고개를 숙였다. 누구보다 선수 본인이 아쉬울 텐데 이를 뒤로 하고 자책과 사죄의 변을 우선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땀과 노력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물론 29개 종목, 232명의 선수단 모두가 메달을 건다면 최상의 결과이겠지만 성공보다 좌절의 사례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대회. 앞으로도 눈물을 삼키는 이들이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대신 “후회없다. 자랑스러우실 것”이라고 말한다면, 스포츠는 조금 더 스포츠다워질 것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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