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드 수모’ 한국태권도, 추락한 종주국의 자존심

입력 2021-07-27 2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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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국가대표 장준 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00년 시드니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까지 최소 금메달 한 개씩은 따낸 덕에 ‘역시 종주국은 다르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2020도쿄올림픽에선 끝내 ‘노 골드’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27일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이 은메달, 남자 80㎏ 초과급 인교돈(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 24일 남자 58㎏급 장준(한체대)이 동메달을 거머쥐었을 뿐이다. 장준은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고, 남자 68㎏급 이대훈(대전시체육회)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금메달이 가능했기에 충격이 더 크다.

이처럼 초라한 성적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기량의 상향평준화다. 리우대회 8강전에서 이대훈을 꺾었던 아흐마드 아부가우쉬(요르단)가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듯, 세계 각국의 여러 선수들이 착실히 국제경험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선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 49㎏급 금메달리스트 파니팍 옹파타나킷(태국)은 리우올림픽 때는 8강전에서 탈락했던 선수다. 당시 세계랭킹 2위임에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난 5년간 경험을 축적하고 멘탈을 강화한 끝에 올림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여자 57㎏급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제이드 존스(영국)도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무너졌다. 계속해서 경기방식이 변하고, 선수들은 그에 맞춰 적응한다. 새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선수들이 기존 강자들을 제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전감각의 저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국내선수들은 2019년 12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러시아 모스크바) 이후 출전한 국제대회가 전무했다. 지난해 1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이후 이번 올림픽까지 공식경기를 전혀 치르지 못했던 장준은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실전감각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누구나 비슷한 처지였음에도 유독 우리 선수들의 실전감각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여기에 종주국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경기력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지금이라도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모든 태권도인의 각성과 노력이 절실하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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