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안긴 아들, 자라는 미래…NC가 조금씩 희망을 논한다

입력 2021-08-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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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강태경이 15일 대전 한화전을 마친 뒤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NC 벤치는 손민한 투수코치 대신 강인권 수석코치를 올려보냈다. 부자는 그렇게 마운드에서 만나 수만 마디 말보다 더 진한 악수와 포옹을 했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어휴. 솔직히 정말 부담이죠.”

2020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NC 다이노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NC 다이노스 강인권 수석코치(49)의 이야기였다. 6년 만에 돌아온 NC. 공교롭게도 아들 강태경(20)이 그해 신인으로 입단해있었다. 수석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게 된 부자. 강 수석에게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터. 이들 모두 부담을 이겨내고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데뷔전에서의 호투, 강태경은 NC가 조금씩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강태경은 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5안타 3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며 1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0-2로 뒤진 7회말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타선이 뒤늦게 터져 3-3 무승부로 끝났고, 강태경의 패전은 지워졌다.

7회말, 한화 선두타자 김태연이 안타를 치자 NC 벤치가 교체를 결정했다. 마운드에 오른 이는 손민한 투수코치, 이동욱 감독이 아닌 강인권 수석이었다. 아버지는 아들과 악수를 한 뒤 꼭 껴안았다. 아들도 모자를 벗어 화답했다. 스포츠에 서사가 더해지며 감동을 안겨주는 장면이었다. 잠실중~배명고를 거친 강태경은 아버지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로 야구를 해왔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강 수석이 다시 NC 코치로 합류한 시기도 2020년. 아들과 아버지가 새로운 도전에 함께 나선 셈이었다. 그해 스프링캠프에서 강 수석은 부담을 논했지만, 부자 모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NC 강인권 수석코치(오른쪽)이 아들 강태경의 교체를 위해 마운드를 찾아 격하게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경기 후 강 수석은 “야구장에서는 아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야구선수의 모습으로 보려고 했다. 그래도 평소보다 긴장하고 본 건 사실”이라며 “기특하게도 잘 던져줘서 너무 고맙다. 걱정했던 것보다 차분하게 잘 던졌다. 더 열심히 해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강태경은 “긴장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라 즐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아버지가 경기 앞두고 ‘씩씩하게 부담 갖지 말고 미트만 보고 던져’라고 해주셨고, 마지막에 마운드에서 ‘수고했다. 잘했다’고 하셨다. 안아주셨을 때는 기분이 묘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NC의 올스타 브레이크는 침체의 시간이었다. 전반기 막판 박민우 등 4인방의 술판으로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고, 후반기 개막 후에도 분위기는 무거웠다. 서봉규 대표이사 대행을 중심으로 팀 수습이 진행 중인 단계. 사건 직후 직무배제됐던 김종문 단장과 배석현 경영본부장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근 수리됐다. 막바지에 다다른 4인방의 경찰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자체징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타성에 젖어 규정 위반까지 자행했던 4인방이 떠난 자리는 젊은 피가 채우고 있다. 팀에 활기가 생기고 있다. 이동욱 감독부터 양의지, 나성범 등 간판선수들 모두 젊은 선수들의 기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태경의 호투는 NC가 나아갈 방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 하지만 지금 NC는 조금씩 희망을 논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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