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리포트] 한국나이 41세, KT 최고참의 불꽃은 여전히 활활 타고 있다

입력 2021-09-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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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유한준. 스포츠동아DB

시즌 첫 경기를 치른 직후 누구나 1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일정의 60%이상 소화한 시점에서 리그 선두에 나서려면 투타와 신구의 조화는 필수다. KT 위즈가 시즌 중반부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 베테랑 유한준(40·KT 위즈)이 있다.

유한준은 올 시즌 KBO리그 전체 야수 중 최고령이다. 2016년 KT 이적 후 2019년까지 4년간 해마다 3할 타율을 넘겼다. 지난해 119경기에서 타율 0.280으로 조금 낮아졌지만 11홈런으로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올 시즌의 역할은 지난해까지와는 다르다. KT 베스트 외야는 조용호~배정대~제러드 호잉으로 꾸려졌다. 73경기에서 186타수라는 지표. 개인 타수는 팀 내 9위다. 붙박이 주전보다는 뒤에서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역할이지만 여전히 순도는 높다. 타율 0.301(186타수 56안타), 1홈런, 25타점으로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발휘중이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0.306으로 조금 더 높다. 후배들이 판을 깔아주면 해결사 역할을 해낸다.

20대 때부터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했던 유한준도 고민은 있다. 장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치, 선배들에 조언을 구하며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나섰다.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 장타를 노릴지, 수긍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지를 놓고 고심했다. 이강철 감독은 “본인의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유)한준이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년째 ‘에이징 커브’를 비웃어왔던 유한준이지만 아무래도 배트 스피드나 회복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껴질 순간이 많을 것이다.

유한준이 내놓은 해결책은 ‘땀’이다. 프로 생활 내내 그랬듯 웨이트트레이닝실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며 운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 구자욱 KT 트레이너는 “자기관리가 워낙 철저한 선수다. 본인이 단거리 러닝 등 운동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코어 운동, 웨이트트레이닝 역시 절대 빼놓지 않고 루틴대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타율 3할 등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귀뜸했다.

여기에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은 그대로다. 주장은 황재균에게 넘겼지만 완장 없이도 리더십은 사라지지 않는다. 2021시즌 리그 최고 타자인 강백호도 슬럼프에 빠질 때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이가 유한준이다. 이강철 감독도 기회만 되면 리더 유한준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낸다.

에이징 커브의 반례. 30대 후반에도 특유의 생산력을 유지해온 유한준은 언제나 야구통계의 예외였다. 이제는 세월에 맞서는 대신 함께 가는 길을 택했다. 배트 스피드가 조금 무뎌지고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열정의 불꽃은 20대 때 그대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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