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매일 바뀌는 마법사’ TEAM KT의 선두질주,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입력 2021-09-14 2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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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KT가 두산에 4-3으로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누구 한 명의 힘으로 된 게 아니다. 팀 KT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선두 질주의 비결을 묻자 고민 없이 답했다. “선발진도, 타순도 골고루 잘해준다. 투타의 조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쪽에서 잘 되지 않았을 때 다른 쪽에서 해주는 ‘팀 KT’의 모습이 나왔다”는 말도 곁들였다. 선수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면서 부족함을 메웠다는 칭찬이었다.

특유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와 과감한 작전구사 역시 선수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된 ‘팀’은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했고, 올 시즌에는 리그 선두를 질주하며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다.

4-3으로 승리를 거둔 이날 경기 또한 이 감독이 언급한 ‘팀’의 가치를 완벽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의 히어로는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신본기였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손가락 통증으로 출전이 어려워지자, 이 감독은 주저 없이 신본기를 대체자로 낙점했다. 올 시즌 3루수(156이닝)와 2루수(119.2이닝) 백업을 주로 맡았던 그는 유격수로는 19.1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그의 관록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신본기는 0-2로 뒤진 5회초 2사 2·3루서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고, 3-3이던 7회초 2사 2루서도 같은 코스로 적시타를 쳐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수비만 건실하게 해주길 바랐던 팀 입장에선 엄청난 반전이다. 게다가 7회말 1사 1루선 두산 김인태의 느린 땅볼 타구를 아웃카운트로 연결하며 위기를 조기에 차단했다. 단연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신본기의 히어로 등극은 KT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이 감독이 팀의 상승세 비결을 물을 때마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반드시 강조하는 한 가지다. “상위타순이 어려울 때 하위타순이 해준다. 누가 온다고 잘 되고, 누가 빠진다고 안 되는 게 없다. 에이스가 15승을 한 것도 아니고, 한 명이 튀는 것도 아니다. 초반에 (강)백호가 타선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쳐준다.”

당장 올 시즌 한 차례 이상 결승타를 쳐낸 선수가 신본기를 포함해 무려 17명에 달하는 것과 송민섭, 권동진 등 탄탄한 수비 기본기를 앞세운 선수들이 중용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기 직후 박승민 투수코치가 최근 계속된 블론세이브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재윤을 따뜻하게 격려한 장면에도 ‘팀 KT’의 스피릿이 녹아있었다. 선두 질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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