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봄을 느끼고 싶은 KB손해보험

입력 2021-09-27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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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2021~2022시즌 V리그가 10월 16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아직 일상 복귀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남녀부 14개 구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배구담당기자들이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각 구단의 훈련장을 찾았다. 비시즌 훈련의 성과와 새로운 퍼즐 맞추기의 결과, 각 팀의 장단점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10년 만에 누렸던 짧은 봄, 새 시즌에는 더 긴 봄을 꿈꾸는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무려 10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했다.
선수단 구성이 달라진 것은 새 외국인선수가 전부였지만 1147득점을 기록한 노우모리 케이타가 있어서 새 역사를 썼다. 팀 구성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던 이상열 감독은 머리와 가슴에서 해법을 찾았다. 강한 훈련, 기술단련이 아니라 고비에서 긴장하고 주눅이 드는 선수들을 마음을 달래고 용기를 주고 동기부여를 하는데 주력했다.

결과는 좋았다. 얼음물 입수 등 눈에 띄는 이벤트로 시즌의 고비를 넘겨가던 팀은 막판에 급제동이 걸렸다. 케이타의 체력저하, 황택의의 부상, 이상열 감독의 중도퇴진이 겹쳤다. 다행히 마지막 2경기를 모두 지고도 경쟁 팀이 주춤하는 틈에 3위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모처럼 맞이했던 봄은 준 플레이오프 1경기로 끝났다. 2021~2022시즌의 KB손해보험은 새로운 감독과 큰 변화 없는 선수단으로 더 긴 봄나들이를 꿈꾼다.

후인정 감독. 스포츠동아DB

●메시지는 짧게, 훈련시간보다 효율성을 원하는 후인정 새 감독

KB손해보험은 후인정 감독을 새로 선택했다. 아버지가 뛰었던 팀에서 처음 프로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감독은 많은 변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팀의 성패는 선수들의 기량보다는 마음가짐에서 결정된다고 판단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시즌의 훈련패턴과 성공사례를 일부러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느슨하다” “훈련이 적다”는 주위의 시선보다는 선수들의 자율의지를 믿었다.

감독이 선수들을 신뢰하는 계기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였다.
“선수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는데 KOVO컵 출전이 가능한지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가 격리를 마쳤을 때 당장 팀 훈련과 경기가 가능할 정도로 선수들이 충분히 준비를 해왔다. 선수들 스스로가 프로의식을 갖고 준비를 해온다면 잔소리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눈에 띄는 것은 훈련이나 연습경기 때 모습이다. 필요한 부분을 먼저 지시한 뒤에는 선수들끼리 상의해서 위기상황을 풀어나가도록 했다. 지난 시즌까지 동료였던 김학민 코치가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매신저 역할을 잘하고 있다. “알면서도 되지 않는 것이 배구다. 선수들도 20년 이상 배구를 해서 현재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잘 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말해봐야 잔소리로 밖에 되지 않는다. 나도 선수시절 한 귀로 듣고 흘린 말이 많았다. 그래서 말은 짧게 한다”고 후인정 감독은 말했다.

감독은 집중력과 효율성을 특히 강조했다. “오래 훈련한다고 결과가 좋아지지 않는다.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도리어 부상이 생긴다. 훈련은 효율이 중요하다. 매일 훈련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배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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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폭이 넓어진 뎁스와 블로킹의 보완

전력구성에서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것은 뎁스다. 리시브를 보강해줄 카드가 많아졌다. 리베로 정민수가 전역한다. 레프트 황두연이 3년의 공백을 딛고 돌아왔다. 지난시즌에는 교체해줄 선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주전 김정호와 기대주 홍상혁, 황두연이 경쟁한다. 3명 가운데 최장신(193cm)인 홍상혁이 한 자리를 지켜준다면 팀의 약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황택의가 고군분투하던 세터진에는 군 전역자 양준식에 김지승까지 3명이 경쟁한다. 발바닥 통증이 고질병이 된 황택의도 이제는 관리가 필요하다. 센터는 김홍정 박진우가 건재하고 2라운드부터는 김재휘가 가세한다. 구도현도 있고 우상조도 군 전역 예정이다. 덕분에 모든 포지션에서 감독이 선택할 카드와 옵션이 풍부해졌다.

후인정 감독은 블로킹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은 274개 세트평균 1.903개의 블로킹으로 전체 6위였다. 선두 한국전력(374개, 세트평균 2.477개)과의 차이가 컸다. 레프트 주전들의 키가 낮아 한계는 있지만 위치선정과 올바른 손 모양만으로도 어느 정도까지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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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2시즌 째 케이타의 익숙함과 진화 사이에서

일본의 유혹을 뿌리치고 잔류한 케이타는 KB손해보험의 가장 확실한 득점옵션이다. 지난 시즌 케이타와 김정호가 동시에 터지는 날에는 쉽게 이겼다.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케이타는 지난시즌 막판 체력고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덕분에 체중은 변함없지만 근육은 많아진 몸으로 변했다. V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한 결과다. 땀을 많이 흘린 만큼 파괴력도 상승했다. 지난 시즌보다 한결 친해진 동료들과 함께 훈련과 생활도 익숙해졌다.

요즘 케이타는 대한민국의 첨단 IT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편리함을 즐기고 있다. 여전히 훈련과 경기 때 분위기메이커인 케이타는 최근 블로킹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베테랑 김홍정이 도와주고 있다. 타고난 높이에 경험과 체력, 파워까지 갖춰가며 점점 진화하고 있다.

황택의는 케이타 의존도를 낮추고 제2, 제3의 공격옵션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요즘 선수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파이프공격이다. 완성되면 KB손해보험은 상대 블로커들에게 더 까다로운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인정 감독은 “봄 배구가 목표다. 지난 시즌 우리 선수들이 너무 짧게 봄 배구를 경험하고 끝났다. 이번에는 더 오래 경험하길 바란다. 하위권에서 오래 머무는 팀은 항상 그 성적밖에 내지 못한다. 상위팀에서 있는 경험이 더 많아져야 선수들도 성장 한다”고 했다.

●IN&OUT
▲IN=정민수, 양준식, 한국민, 우상조(이상 군 전역)
▲OUT=최익제, 김동민(이상 군 입대) 김학민, 김진수, 정수용(이상 자유신분선수)

수원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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