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4강 ‘홍명보 vs 김기동’, 둘 중 한명만 웃는다 [스토리사커]

입력 2021-10-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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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홍명보 감독(왼쪽), 포항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52)과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50)은 1991년 포항제철(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동기다. 숙소에선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처지는 달랐다. 대학을 졸업한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대표선수였다. 고졸 연습생이던 김 감독이 말 걸기도 쉽지 않았던 스타플레이어였다. 홍 감독은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반면 김 감독은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으로 옮겨 2년 뒤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홍 감독은 포항에서 7시즌을 뛰었고, 김 감독은 2003년 복귀해 2011년 은퇴할 때까지 포항 유니폼을 입은 레전드다.

프로선수 데뷔 30년이 흐른 2021시즌, 둘은 지도자로 마주했다. 관심을 끈 이유는 스토리가 쏟아지는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 때문이다.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예측불허였다. 만날 때마다 치열했다. 이변도 속출했다. 특히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던 울산의 아픔이 더 컸다. 대표적인 게 2013시즌 K리그 최종전이다. 패하지만 않으면 우승하는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내주며 포항에 우승컵을 넘겨줬다. 2019시즌 최종전서도 전북과 우승 경쟁을 벌이던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정상에 올랐지만 포항에 1-4로 지며 우승 기회를 날렸다. 2020시즌에도 우승 향방을 가르는 36라운드에서 울산은 0-4로 대패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김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은 울산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울산이 압도적이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3차례 맞대결에서 2승1무로 한번도 지지 않았다. 1차전 1-1 무승부에 이어 2차전 1-0, 3차전 2-1로 이겼다. 지도자로 영욕의 세월을 보내며 절치부심한 홍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한 시즌이다.

이번 시즌 4번째 동해안 더비가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무대는 K리그가 아닌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동아시아 권역 4강전이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8강에서 전북을 연장 승부 끝에 3-2로 따돌렸고, 포항은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를 3-0으로 물리치고 2009년 이후 12년 만에 ACL 4강에 올랐다.

울산은 ACL은 물론이고 선두를 달리는 K리그1과 4강에 오른 FA컵 등 3관왕에 도전할 만큼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고, 외국인 선수도 최고 수준이다. 반면 K리그1 7위에 자리한 포항은 주요 선수들의 이탈로 파이널A(1~6위) 진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울산에 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와 토너먼트는 다르다. 단판승부는 다양한 변수를 동반한다. 잔디, 날씨, 체력, 부상, 심리 등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린다. 라이벌전이라면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특히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이 덜미를 잡혔던 울산으로선 긴장감이 앞설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19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포항은 단기전에 강하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좋은 컨디션으로 나갈 수 있게 잘 준비 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원 팀’을 외쳤다. 그는 “울산은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가장 경계대상은 홍명보 감독”이라면서도 “하지만 ACL은 어떤 이변도 일어날 수 있는 토너먼트다. 원 팀으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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