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선도하는 한화 이글스, 야구 그 이상을 바라본다

입력 2021-10-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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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단의 마케팅은 출범 이래 항상 제한적 틀 속에서만 움직여왔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해 운영돼왔고, 그런 구단의 마케팅은 늘 ‘수익’보다는 ‘지출’의 성격이 더 강했다. 프로야구 인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00년대 후반 및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각 구단의 마케팅은 ‘지출’ 일변도로 지속됐다. 관중수입으로 운영비를 겨우 메우고, 소극적 마케팅을 통해 체면치레를 하는 형태가 반복됐다.

적자와 흑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겨우 유지되던 프로야구단의 마케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무관중 경기의 증가로 관중수입이 대폭 급감했고, 이는 곧 구단들의 허리띠 조이기로 이어졌다. 지난 2년간 프로야구단들 대부분의 일관된 전략은 ‘버티기’였다.

그러나 모두가 움츠러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팬들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선도하기 시작한 팀이 있다. 2021년을 마케팅 저변 확대의 원년으로 삼은 한화 이글스다. 비록 팀 성적은 2년 연속 최하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한화 프런트의 시선은 그라운드 밖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 및 고퀄리티 자체 중계

한화는 2021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마케팅 측면에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주목하고 ‘왓챠’와 함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팀 리빌딩의 진행과정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팬들에게 상세히 전달하려는 의도에서였다. OTT 서비스를 통해 팬들이 손쉽게 구단과 정서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은 코로나19 속 어떤 스포츠구단도 착안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시범경기와 연습경기에서 높은 수준의 자체 중계를 선보인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한화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이글스TV’를 통해 팬들의 비시즌 기간 야구갈증 해소에 앞장섰다.

이글스TV.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메타버스 비대면 출정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메타버스 출정식’도 눈길을 끌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한화는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2021시즌 출정식에 접목해 1군 선수단뿐만 아니라 퓨처스(2군) 선수단, 프런트 등 구단 구성원 전원이 출정식에 참석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구단 구성원 모두가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출정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사인볼 자판기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선수들과 팬들의 물리적 접촉은 2021시즌 내내 금지됐다. 팬들이 선수들을 만나 사인볼을 직접 받을 기회조차 사라지자, 한화는 구단 차원에서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냈다.

한화는 특수 사인볼 전달 부스인 ‘사인볼 자판기’를 제작했다. 부스 안에 자리한 선수가 사인볼을 투입구에 넣으면 부스 밖에 있는 팬이 사인볼을 받을 수 있는 형태다. 부스 안과 밖은 아크릴 막으로 분리돼 있지만,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해 대화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독수리 맥주. 사진출처 | 한화 이글스 SNS



●독수리 맥주 출시 및 소제동 팝업스토어

한화는 연고지역 밀착 마케팅도 놓치지 않았다. 대전·충청지역 수제맥주제조업체인 ‘금강브루어리’와 협력해 ‘독수리 라거’를 출시했다.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독수리’ 브랜드를 처음 적용한 상품이었다.

한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독수리 브랜드를 지역문화 및 경제 활성화에도 접목했다. 대전지역 대표기업인 CNCITY에너지의 ㈜관사마을과 협업해 대전 소제동에 ‘독수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한화 팬들은 물론 대전시민들도 한화의 독수리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독수리 팝업스토어는 카페, 갤러리, 사진관 등 여러 형태로 팬들을 찾아갔다. 1990년 한화 이글스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MZ세대에게는 새로움과 독특함을 선사하고,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독수리 팝업스토어는 야구단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야구에 관심이 적은 세대들도 야구장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한화 이글스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 야구단 마케팅에서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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