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같은 남자배구, 29득점의 레오 자존심을 세우다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04 2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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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레오(가운데)가 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원정경기 도중 강력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은 레오의 29득점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사진제공 | KOVO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1라운으에선 예상외의 결과가 속출하는 ‘도깨비 배구’가 자주 벌어진다. 어떤 이들은 그 결과에 분노하겠지만, 그만큼 모든 팀의 전력차가 적어 사소한 변수에도 승패가 엇갈린다. 4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도 그랬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에 0-3으로 완패했던 OK금융그룹이 이날 한국전력을 맞아선 세트스코어 3-0(25-14 25-21 25-22) 완승을 거뒀다. 한국전력은 31일 현대캐피탈에 3세트 동안 단 41점만 내주고 완벽한 3-0 승리를 챙겼지만 이날은 정반대였다.

1세트 한국전력의 리시브 효율이 16%로 추락하면서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흔들린 리시브로부터 시작된 불완전한 연결 탓에 공격이 무기력했다. 공격 효율이 ¤5%였다. OK금융그룹이 일방적으로 앞서갔다. 30일 대한항공전에서 V리그 데뷔 이후 최소인 10득점에 그쳐 창피했다는 OK금융그룹 레오가 9득점, 공격성공률 67%로 자존심을 되살렸다.

“오늘 각오하고 나온 레오에게는 점수를 주더라도 토종선수에게는 공이 안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OK금융그룹전을 앞둔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의 게임플랜이었다. 2세트에는 장 감독의 계획대로 상대 토종선수들이 4공격득점에 그쳐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여기에 교체 출장한 임성진이 클러치 공격과 블로킹으로 4득점하며 한국전력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레오에게 강서브를 넣어 오픈공격을 유도하겠다는 전략도 그런대로 잘 통해 21-21까지는 팽팽했다. 중반의 몇 차례 랠리 때 다우디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부정확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레오의 공격을 유효 블로킹으로 차단했지만 네트터치 반칙이 나온 대목이 아쉬웠다. OK금융그룹은 고비에서 레오가 오픈공격을 성공하고, 진상헌이 한국전력 서재덕의 백어택을 차단한 덕분에 주도권을 틀어쥐고 세트를 끝냈다. 공격점유율 73%의 레오는 12득점, 공격성공률 55%로 다른 차원의 배구를 했다.

3세트 도중 다우디를 대신해 박철우가 투입되면서 레오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옛 동료가 만났다. OK금융그룹이 계속 앞서가는 가운데 6득점의 임성진이 ‘신스틸러’로 자주 등장했다. 그래도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레오였다. 20-19에서 고공강타 2개를 상대 코트에 꽂으며 왜 레오인지를 증명했다. 레오는 29득점, 공격성공률 61%로 팀에 시즌 3승(2패)째와 3위 자리를 선사했다. 한국전력에선 임성진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10)을 기록했다.

수원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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