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의 늪에 빠진 LG, ‘윈 나우’ 굴레에 허무하게 잡힌 발목

입력 2021-11-07 1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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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LG가 2-10으로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안타 3볼넷 2실책 6실점. 악몽의 5회초에 LG 트윈스의 가을야구는 저물었다. 저조한 타율에도 수비를 이유로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가 실책을 범하고, 가장 믿을 만한 불펜 카드들이 고전했다. 수비와 불펜. LG의 강점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1994년 이후 끊긴 우승 명맥, 27년만의 ‘윈 나우’를 외쳤던 LG의 2021시즌은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LG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3차전에서 3-10으로 패했다. 1차전 1-5 패배 후 2차전 9-3 승리로 균형을 맞췄으나, 3차전에서 자멸의 연속으로 탈락했다.

1-4로 뒤진 5회초가 악몽이었다. 김윤식(0이닝 2실점)~이정용(0.2이닝 4실점)~진해수(0.1이닝 무실점)가 차례로 쓰러졌다. 6실점 중 자책점은 단 2점. LG가 자랑하던 수비가 붕괴됐다. 무사 1루서 김재환의 2루타성 타구를 우익수 채은성이 더듬으면서 타자주자에게 3루까지 허용했다. 계속된 2사 만루서 박계범의 타구가 3루수 쪽으로 향했는데, 황당한 포구 실책이 나왔다. 주자 모두 세이프. 후속타자 정수빈의 싹쓸이 3타점 3루타가 나오면서 승부는 기울었다.

LG는 올 시즌 팀 타율 8위(0.250)에 그쳤다. 그럼에도 정규시즌 3위에 오른 것은 팀 평균자책점(ERA) 1위(3.57)를 합작한 마운드 덕이었다. 팀 수비효율(DER) 역시 0.701로 1위였다. 주전 타자들 대부분이 ‘커리어 로’에 빠졌음에도 류지현 감독은 수비 우선을 이유로 베테랑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외국인타자 저스틴 보어를 준PO 엔트리에서 뺀 것도 수비가 이유였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 수비에서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그들이었다. 타격은 예상대로 저조했고, 수비는 예상 외로 부실했다.

결국 올해도 빈손이다. LG는 올 시즌 차명석 단장부터 ‘윈 나우’를 선언했다. 지난해 4위 전력에 이렇다할 보강은 없었지만 상위팀이었던 KT 위즈(멜 로하스 주니어), 두산(오재일·이용찬)의 전력이 약화됐다. 시즌 도중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의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이탈하면서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오히려 이 윈 나우가 발목을 잡았다. 개막 직전 두산과 2대2 트레이드로 양석환과 남호를 내주고 함덕주와 채지선을 받아왔는데, 양석환은 28홈런 96타점으로 펄펄 난 반면 함덕주는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키움 히어로즈와 단행했던 서건창-정찬헌의 1대1 트레이드 결과도 비슷했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우승을 다퉜으나 결국 3위. 여기에 잠실 라이벌 팀에 업셋까지 허용했다. 그 패배의 빌미가,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수비와 마운드였으니 아픔은 더욱 크다. 대외적으로 선언한 윈 나우의 굴레가 결국 LG의 발목을 잡았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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