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이영하’에 또 무너진 LG, ‘+1’의 차이에서 갈린 희비 [PS 리포트]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두산 이영하가 5회말 2사 1루 LG 김민성을 데드볼로 출루시키며 놀라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정규시즌 막판부터 가을 무대까지 ‘불펜 이영하’는 LG 트윈스에 악몽 그 자체였다. 반면 LG가 잔뜩 기대했던 앤드류 수아레즈의 불펜 투입은 실패였다. 양 팀 모두 선발투수 조기강판을 불사한 총력전을 선포했던 상황. 척추의 힘은 두산 베어스가 훨씬 강했다.

두산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3차전에서 10-3으로 이겨 ‘업셋’에 성공했다. 승리투수는 1-1로 맞선 2회초 마운드에 올라 4이닝 2안타 3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한 이영하의 몫이었다.

양 팀 사령탑 모두 경기 전 ‘총력전’을 거듭 언급했다. 선발투수 임찬규(LG)와 김민규(두산)의 두 박자 이상 빠른 교체도 언급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민규의 상태를 봐야겠지만, 길게 되진 않을 것 같다. 3회부터 (이)영하를 준비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출장 선수로 이민호와 케이시 켈리를 지정한 류지현 LG 감독도 “경기 흐름에 따라 수아레즈의 등판 시점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승패가 갈렸다. 양 팀은 1회 1점씩을 주고받으며 초반부터 치열했다. 김민규는 1회에만 30구를 던지며 2안타 2볼넷으로 1실점했다. 김 감독은 곧장 이영하를 투입했다. 이영하는 2회말 실책이 겹쳤음에도 무실점하며 2차전부터 달아오른 LG 타선을 식혔다. 그러자 곧장 기회가 찾아왔다. 두산은 3회초 선두타자 박계범의 2루타, 1사 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2점포로 3-1 리드를 잡았다. LG 벤치는 임찬규를 내리고 수아레즈를 투입했다. 이미 균형과 분위기를 내준 시점이었다.

수아레즈도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흘 전인 4일 1차전에 선발등판해 84구를 던진 뒤 이틀 휴식. 3회는 무사히 넘겼으나 4회초 4안타 1실점으로 상대의 기를 살려줬다. 수아레즈 카드가 실패하자 불펜이 일찌감치 가동됐다. 하지만 가장 좋은 필승카드인 정우영 대신 김윤식이 먼저 올랐다. 김윤식이 0이닝 2실점, 이정용이 0.2이닝 4실점하며 사실상 승부는 기울었다.

올해 ‘불펜 이영하’가 LG에 악몽을 선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영하는 9월 12일 LG와 더블헤더 2경기에 모두 등판해 제1경기 1.2이닝 무실점, 제2경기 2.1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하루 2승은 KBO리그 6번째이자 2004년 유동훈(당시 KIA 타이거즈) 이후 17년만의 진기록이었다. 올 시즌 LG 상대 5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04의 천적. 비록 준PO 1차전에선 1.2이닝 1실점에 그쳤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