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신영석이 보여준 ‘함께’와 ‘공유’의 가치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16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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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17일 현재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선두 한국전력의 공격지표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공격성공률(46.97%)과 속공(54.54%), 백어택(45.24%)이 최하위다. 오픈공격성공률도 6위(39.64%)다.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지는데도 선두를 달리는 원동력은 블로킹(세트 평균 3.167개)이다. 2위 현대캐피탈(세트 평균 2.375개)과 비교하면 얼마나 위력적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에도 블로킹 1위(세트 평균 2.477개)였다. 2019~2020시즌 6위(세트 평균 2.00개)였던 블로킹이 급반전한 것은 신영석(35) 덕분이다. 시즌 도중 V리그 최고의 센터를 영입하면서 한국전력은 전위에서 강력한 블로킹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새로운 팀 컬러를 갖췄다. 이번 시즌에는 프로 2년차 박찬웅이 신영석과 함께 중앙을 지켜주고, 양쪽 사이드에서 다우디와 서재덕이 거들면서 방패가 한층 더 탄탄해졌다. 장신 세터 황동일까지 있어 전위의 높이에선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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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전력의 블로킹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신영석의 높은 탐구열이다. 전 세계 수많은 배구경기의 영상을 보고 참고하는 그의 분석 습관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정작 본인은 “데이터 분석에 미친 괴짜로 알려질까 부담스럽다. 그냥 배구경기 자체를 좋아할 뿐”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몇 테라바이트의 배구경기 영상을 모을 정도인 그의 성실함은 존중받아도 충분하다.


신영석이 더 대단한 것은 많은 영상과 노하우를 동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인 프로선수가 경쟁자인 동료들에게 ‘영입비밀’을 알려줄 이유는 없지만, 그는 다르다. 누구보다 열심히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다. 그 이유를 묻자 “코트 안에 있는 사람보다 밖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후배, 동료와 함께 다양한 눈으로 영상을 보고 서로 얘기를 나누면 그동안 내가 몰랐던 것을 알 수 있고 또 배운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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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뿐 아니라 경기 전 준비자세와 경기 후 몸 관리 노하우도 아낌없이 전수한다. 그는 동기 황동일과 함께 동료들보다 20분 먼저 코트에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서브연습을 하며 몸을 경기에 최적화시키고 있다. 신영석은 “선수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일찍 준비를 해야 한다. 어릴 때 선배들로부터 이런 것을 일찍 배웠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서 후배들에게는 내가 경험한 많은 것을 모두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석 효과’는 함께 뛰는 후배들의 기록 변화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새 파트너인 박찬웅은 지난 시즌 세트 평균 0.429개에서 0.583개로 블로킹 수치가 확연히 상승했다. 상대 세터의 습관을 예측하는 것과 블로킹을 잡으러 이동하는 스텝, 손모양 등 바로 옆에서 몸으로 보여주는 것을 따라하면서 박찬웅은 진화하고 있다. 신영석의 기록도 향상됐다. 지난 시즌 세트 평균 0.662개의 블로킹이 이번 시즌에는 0.708개다. “배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고 신영석은 말했다. 그는 ‘함께’와 ‘공유’의 가치를 믿는다. 한국전력이 1위인 진짜 이유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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