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을 때 많은 이들은 ‘깜짝 메달’이라고 했다. 2010년 밴쿠버대회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모태범(MBC 해설위원) 이후 이렇다 할 금메달 후보마저 나오지 않았던 터라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차민규는 그러나 4년 뒤인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또 한번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 종목의 강자임을 재차 입증했다. 12일 베이징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2번째 올림픽 메달을 따낸 뒤 스스로도 “깜짝 메달이 아닌, 노력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차민규가 메달 후보로 부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시리즈 1~4차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선 18위에 그쳐 하위권 선수들이 뛰는 디비전B로 밀려나는 아픔까지 겪었다. 올림픽 직전의 4대륙 선수권대회에선 은메달을 따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 대부분이 불참했던 터라 의미가 반감됐다.
그러나 차민규는 조금도 좌절하지 않았다. 베이징동계올림픽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늑골 부상과 스케이트날 등의 장비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수차례 레이스를 거듭하며 기술적 부분을 다듬었다.

그 중 하나가 출발선에서 100m 구간까지 직선주로를 달리는 속도인 제로백이다. 차민규의 곡선주로 주행능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24초대의 400m 구간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당시 금메달리스트 하바드 로렌첸(24초67·노르웨이)과 차민규(24초79)가 전부였다. 과거 쇼트트랙선수 시절의 경험이 그를 곡선주로의 강자로 만들었다. 그만큼 첫 100m 구간의 기록만 단축하면 충분히 호성적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차민규는 해냈다. 이번 대회 100m 구간기록은 9초64로 평창대회 당시의 9초63보다 0.01초 느렸다. 그럼에도 차민규는 “첫 100m 구간을 주파하는 부분이 4년 전과 비교해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속에 숨은 디테일이 있었다. 바로 다리를 교차하는 스트로크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효율을 높인 것이다.
차민규의 소속팀 의정부시청 감독인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스트로크의 불균형을 보완한 게 주된 요인”이라며 “에너지를 아끼면서 속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400m 구간을 평창 때보다 빠른 24초75로 주파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홈 트랙이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누군가는 잊혀졌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기술적 발전이 그간의 노력을 입증한다. “평창올림픽 때 ‘깜짝 메달’이라는 언급이 많았다. 부모님께서도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을 알고 계셔서 ‘깜짝, 깜짝’ 하니까 속상해하시더라.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지금까지 성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용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 나름대로 고생하고 노력했다는 부분만 알아주시면 좋겠다.” 활짝 웃으며 그간의 노력을 어필한 그의 목소리에 성취감이 묻어났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