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탈도 많았던 ‘폐쇄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강산 기자의 비하인드 베이징]

입력 2022-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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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출국을 앞두고 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2차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입국신고서 작성 등으로 바빴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은 대회 관계자들과 현지인들의 동선을 철저히 분리한 ‘폐쇄형 고리’를 적용한 대회였습니다. 전례 없는 상황에 중국 땅을 밟은 순간부터 혼란은 가중됐습니다. 숙소와 메인미디어센터(MMC), 경기장 외에는 어디도 갈 수 없는 폐쇄된 환경과 언어 문제, 비싸고 영양가 없는 식단 등 수많은 장벽이 관계자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입국 직후 PCR 검사 때부터 요령 없는 중국인들이 뼈를 뚫을 기세로 코를 찌른 탓에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숙소에서 첫 끼를 든든히 먹고자 200위안(약 3만8000원)을 지불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수준의 음식이었습니다. 일말의 기대가 좌절로 바뀐 순간입니다. 이 때부터 예감했죠. “쉽지 않은 3주가 되겠다”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0도쿄올림픽 때와 비교해 입국 전 서류 제출의 압박은 덜했지만, 개막에 앞서 현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국방부 시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더디게 흘러갔습니다. 도쿄올림픽 때처럼 15분간의 편의점 외출, 배달음식 등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MMC에서도 음료를 제외한 모든 음식이 상상 이상으로 비쌌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음식 사진과 함께 가격을 알려주자 위로가 줄을 잇더군요. 선수들의 사정은 저보다 낫길 바랐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언론은 “한국 선수단만 유독 음식에 불만을 토로한다”고 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거점인 MMC를 거치지 않고 이동이 가능한 방역택시는 기본요금이 4인승 기준 50위안(약 9500원), 6인승 기준 70위안(1만3200원)에 달했습니다. 일반 택시의 기본요금이 13위안(2500원)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폭리입니다.


메달레이스 첫날인 5일부터는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페널티를 받았을 때는 이들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올림픽이 아닌 중국체전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행히 선수들이 실력으로 메달을 획득하며 멘탈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군요.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9개의 메달(금2·은5·동2)을 모두 현장에서 함께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회가 끝났습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도 음성입니다.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도 면세점 등에 갈 수 없는 폐쇄형 고리가 적용되니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답답함이 조금은 풀릴 듯합니다. 20일 오후 같은 숙소를 쓰는 일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내일(21일) 귀국한다”고 하니 나온 답변이 걸작입니다. “우라야마시이데스(부럽습니다).” 18일 일찌감치 귀국길에 오른 쇼트트랙대표팀을 바라보며 제가 느꼈던 감정입니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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