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장필준의 선발경쟁, 그 자체가 경쟁력이고 돌파구다

삼성 장필준.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장필준(34)은 팀이 포스트시즌(PS)에 오르지 못했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허리와 뒷문을 든든하게 지킨 주역이다. 이 기간 265경기에 등판하며 투혼을 불태웠다. 팀이 6년 만에 PS 무대를 밟은 지난해 가을잔치에 나서진 못했지만, 정규시즌 41경기에서 힘을 보탰다. 7.27의 평균자책점(ERA)은 아쉬웠지만, 어떤 식으로든 팀의 불펜 부담을 줄여준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랬던 장필준이 2022시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선발 변신이다. 지금의 위치는 5선발 후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선발투수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구종을 다양화하고, 오랜 불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린 결과물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삼성은 이미 데이비드 뷰캐넌-앨버트 수아레즈-원태인-백정현의 1~4선발을 확정한 상태다. 5선발 한 자리는 장필준을 비롯해 양창섭, 허윤동 등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선발등판 경험은 후배 양창섭(17경기)과 허윤동(12경기)이 장필준(4경기)보다 앞선다. 그러다 보니 올해 첫 시범경기인 12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 선발등판은 장필준에게 분명 부담스러운 무대였다.

삼성 장필준. 스포츠동아DB

3이닝 6안타 1볼넷 2삼진 2실점의 결과보다 자신감 있는 투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고구속 148㎞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등 6개 구종을 구사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는데, 다양한 구종은 선발투수에게 엄청난 무기다. 지난해 사실상 봉인하다시피 했던(구사율 1.7%) 체인지업을 던져 루킹 삼진(2회초 장운호)을 엮어낸 것도 자신감 회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뛰어난 구위를 갖추고 있기에 구종의 다양화를 통해 위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구단의 기대도 크다.

장필준의 통산 4차례 선발등판 성적은 2패, ERA 6.32에 불과하다. 그러나 팀의 핵심 불펜투수로 자리 잡기 전 2경기와 그 이후(2020년) 2경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첫 2경기에선 ERA가 12.71에 달했지만, 2020년 2차례 선발등판에선 준수(ERA 2.70)했다. 무엇보다 성공을 경험한 뒤의 경쟁이라는 점이 과거와 가장 다르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도 큰 동기부여다. 그의 2022시즌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