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복귀를 추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과거 음주 운전 전력에 대해 사과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BO리그 복귀를 추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과거 음주 운전 전력에 대해 사과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무슨 의도로 ‘야구인’을 앞세우는 것인가.

키움 히어로즈가 KBO리그에 다시 한번 폭탄을 투하했다.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강정호(35)를 팀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키움은 18일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KBO로부터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받은 강정호는 2023년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2년 전과는 전혀 상반된다. 강정호는 2020년 초여름 이미 한 차례 국내 복귀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키움은 강정호의 복귀를 위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강정호와 거리두기에 나섰고, 결국 강정호는 “혼자만의 결정”이라며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그런 키움이 2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그때와 지금 키움에서 달라진 것이라곤 구단 수뇌부의 변동뿐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허민 이사회 의장이 구단을 떠났고, 그 사이 이장석 전 대표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번 강정호의 복귀를 놓고 ‘윗선의 개입’이란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대목이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강정호의 복귀를 두고 “40년 넘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즈 프런트의 수장인 고 단장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기회를 준다는 건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히어로즈 역시 강정호의 음주운전 범죄에 있어 자유로운 구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2016년 이전에도 2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이력을 갖고 있다.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는데, 당시 팀에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을 낳았다.

핵심선수의 음주운전 여부를 몰랐다는 것도 충분한 설명으로 보긴 어려웠지만, 히어로즈는 선수관리 소홀의 문제만으로도 이미 강정호의 삼진 아웃에서 자유로운 팀이 아니다. 강정호의 복귀에 있어 ‘기회를 주는 구단’이 아니라, 함께 야구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먼저 구해야 할’ 입장이란 의미다.

‘야구인’을 앞세운 고 단장의 설명도 이해불가다. 일반적인 도덕 기준을 넘어서서 모든 조치를 취한 뒤 형식적 발표만 하는 구단이 어째서 야구인 전체를 들먹이는가. 자신들의 부끄러운 결정을 야구인이라는 그늘 아래 숨기려는 얄팍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세우며 명예롭게 현역에서 물러난 ‘야구인’들에게는 크나큰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