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대표팀 황선홍 감독, “20년 전 기억 어제 일 같아, AG 부담 크지만 金 캔다!” [스포츠동아 창간 14주년 특집]

입력 2022-03-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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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 강릉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한국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서 첫 승을 거둔지 20년이 지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본선 첫 승을 넘어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이후 20년간 K리그는 눈에 띄게 발전했고, 세계축구계의 중심인 유럽무대로 나아간 선수들도 더 많아졌다. 한국축구는 분명히 양적, 질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던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국가대표팀 감독(54)을 만났다. “창간 14주년을 축하드린다”며 인사를 건넨 그는 2002년의 추억과 현재, 자신의 꿈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 강릉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0년 흘렀지만, 어제 일 같다!”

황 감독은 21일부터 U-23 대표팀을 강원도 강릉으로 소집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대비하고 있다. 선수단 숙소인 스카이베이호텔 경포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20년 전 폴란드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선제골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모든 장면이 기억난다. 대표팀 은퇴를 밝힌 뒤 대회에 참가했는데 매순간이 소중했다. 20년이 흘렀지만, 어제 일 같다”고 돌이켰다.

한국축구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의 주인공으로 남아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88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4차례 월드컵 본선(1990년 이탈리아~1994년 미국~1998년 프랑스~2002년 한·일)에 출전했다. 미국대회에서 1골을 넣긴 했지만, 황 감독에게 월드컵은 실패의 기억만 가득한 무대였다. 그랬기에 2002년 대회 한국의 첫 골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그 골을 넣으려고 평생 축구를 했다고도 할 수 있다”는 그는 “이전에는 실패의 쓴 맛도 봤다. 그런데 14년 동안 국가대표를 하면서 후배들에게 남겨준 게 하나도 없더라. ‘월드컵 1승만이라도 하고 은퇴하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상상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내겐 너무나도 큰 축복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후 한국축구의 흐름은 크게 달라졌다. 황 감독 역시 “20년 동안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페네르바체), 황의조(보르도) 같은 선수들이 유럽에 나가서 잘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마지막 목표가 있다면 국민들이 그런 기쁨과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 강릉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형 같은 지도자이고 싶다.”

지금 당장은 옛 추억에 젖어있을 여유가 없다. 지난해 9월부터 그가 이끌고 있는 U-23 대표팀은 올해 굵직한 대회 2개를 앞두고 있다. 6월 1일부터 19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U-23 아시안컵,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준비과정이 힘겹다. 자가격리 규정 때문에 이번 소집 때 참가하려고 했던 두바이컵에는 불참하고, 강원FC와 2차례 연습경기만 치를 예정이다.

황 감독은 “연습경기밖에 하지 못해서 우려스럽긴 하다. 실전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도 떨어진다”며 “4월 중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열리는 기간이 있지만, 대회 출전 선수들도 있고, K리그2(2부)도 계속 진행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프로팀과 대표팀의 차이에서 오는 고충도 있다. 2013년(포항 스틸러스)과 2016년(FC서울) K리그 정상에 오른 명장이지만, 전 연령을 통틀어 대표팀은 처음이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대표팀이 훨씬 힘들다”며 “프로팀에선 매주 수정하고 확인할 시간이 있는데 대표팀은 다르다.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 큰 틀에서 맞춰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선수들과 가까워지려는 황 감독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대부분 2000년대 초반 출생인 선수들과 함께 하지만 그는 “형 같은 지도자이고 싶다”고 외쳤다. “아직은 선수들이 긴장하는 것 같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하고픈 마음은 선수도, 나도 마찬가지”라며 “프로팀처럼 1년 내내 함께하는 게 아니라 처음 며칠은 서먹할 수 있다. 규율은 있어야겠지만, 선수들이 편히 다가와주고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선홍 감독 친필 사인




●“AG 금메달, 언젠가는 월드컵까지!”

U-23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황 감독의 1차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앞선 2차례 대회(2014년 인천~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따냈기에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아시안게임은 부담감이 상당하다. 여러 가지가 걸린 상황이 있다”며 “그래도 그 부담감은 이겨내야 한다. 우승을 장담하긴 힘들지만, 잘 준비해서 좋은 과정을 통해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로서 선수단 풀(pool)이 70~80% 정도 완성됐다. 유럽파를 파악할 여유가 없었지만, 최근 유럽으로 건너가 이강인(마요르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해외파 선수들과 면담했고, 이번 소집에선 박규현(베르더 브레멘), 홍현석(린츠)을 소집해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유럽을 돌며 선수들을 만나 직접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었는데 상당히 좋은 시간이었다”며 “이번엔 박규현, 홍현석을 불러 대화를 나눠보고 연습경기를 통해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직전까지 팀을 이끌었던 김학범 전 감독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1월 서귀포 전지훈련 당시에도 김 감독은 훈련장을 찾아 황 감독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선수들에 대해 많이 여쭤봤다. 그 때 있었던 선수들 중 일부는 지금도 대표팀 멤버다. 그리고 아무래도 1년 동안 시즌을 이끌어가는 것과 대표팀을 이끄는 것에 차이가 있다 보니 그 부분에서 조언을 구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이후 황 감독의 큰 목표는 A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이다. “프로 감독 시절부터 매번 말하지만, 지도자를 시작할 때부터 품은 목표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지도자가 그렇듯이 국가대표팀 감독이 돼서 월드컵에 나가고,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드리는 것이 꿈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 |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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