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김승훈 PD, 벌써 2년째 동고동락…“쭉 함께 가야죠”

입력 2022-03-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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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예능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주역인 연출자 김승훈 PD와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상암동 DDMC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채널A서 ‘금쪽 팀워크’ 자랑하는 오은영 박사·김승훈 PD

예능 ‘금쪽같은 내 새끼’서 첫 호흡
아이 상담에서 성인으로까지 폭 넓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로 2막 문 열어

오은영 박사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 부지기수, ‘인간’을 이해하는 시선으로 봐줬으면”

김승훈 PD “치유 과정에서 시청자 많은 공감, 새 도전이오? 신선한 소재 항상 고민”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컸죠!”

자식을 둔 부모라면 이 사람을 ‘영접’하는 게 소원이자 꿈이다. ‘무릎이 닿기도 전에’ 아이들의 속마음을 꿰뚫어본다는 ‘무릎팍도사’가 아니라 ‘육아대통령’ 오은영(65)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다. 요즘엔 아이들을 넘어 다 큰 ‘금쪽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인터넷에서는 오 박사와 상담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부터 상담비 100만 원도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오 박사의 ‘매직’이 시작된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다. 2020년 5월 첫 방송 이후 무려 80여 명이 넘는 아이들과 그 부모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개선시켰다.

그의 앞에 서면 입을 굳게 닫은 아이도 속 얘기를 털어놓고, 화내기 바빴던 부모는 뒤늦게나마 자녀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며 눈물을 쏟는다. 그 옆에 연출자 김승훈 PD도 함께 했다.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참여한 가족들”을 살피고, 오 박사가 더 효율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2년간 팀워크를 쌓은 이들은 지난해 9월 성인 상담으로 폭을 넓힌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로 “2막”을 열었다.

23일 서울 상암동 DDMC에서 만난 오 박사와 김 PD는 ‘금쪽 팀워크’를 쌓아온 과거와 현재, 미래 세 키워드로 돌이켰다.


●과거…“끊임없는 고민과 진정성”

2년 전, “두 아이의 아빠” 김승훈 PD가 “연예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육아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출연을 제안 받은 오 박사는 “모두가 공감할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PD는 곧바로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포맷을 바꿔 내밀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의 시작이었다.


-쉼 없이 달려왔다. 팀워크는 어떤가.


오은영(이하 오): 신애라, 정형돈, 장영란, 홍현희 등 출연자부터 스태프까지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진료를 끝낸 후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출연 가족의 영상을 검토하고 전화통화로 제작진과 마라톤 회의를 하는 날이 부지기수죠. 오죽하면 농담 삼아 “으으, 채널A!”라며 치떠는 표정을 지을까요. 하하하!

김승훈 PD(이하 김): 출연 가족 대부분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나온 분들이에요. 그만큼 모두가 아이들이 편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요. 경청과 배려 속에서 ‘둥그런’ 언어를 쓰며 우리만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보람된 순간은?

오: 2년간 시청자의 신뢰를 잘 쌓은 것 같아서 보람돼요. 아이들마저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프로그램의 A부터 Z까지 진정성 하나로만 만들어온 정성과 애씀이 통한 덕분 아닐까요.

김: 초반에 시청자들이 ‘이런 프로그램 없어지면 안 된다’며 시청률 올려주자는 댓글을 정말 많이 달아줬어요.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몰라요. 이제는 사람들이 ‘금쪽같은 내 새끼’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지 명확히 아는 것 같아요. 출연자의 이름 대신 ‘금쪽이’라고 부르거나 한 가족의 분량을 되도록 한 회에 담아 문제점을 노출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노력이 통한 셈이죠.


●현재…“진심에 다가서는 걸 두려워 말라”


-프로그램이 가져온 변화를 실감하나.

오: 방송가 안팎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그래요. 최근 어린이의 ‘사생활권’을 위해 출연자 얼굴을 가리자는 의견도 봤어요. 다양한 토론을 보며 매사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최선을 다 해요. 다만 아동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아이의 얼굴을 가리면 자칫 문제 행동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가져다줄 수 있어요. 소아암 환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듯 ‘금쪽이’의 고민이 우리와 다르지 않고, 감기처럼 나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 20∼30대 시청자들에게도 반응을 이끌어내 제작진으로서 뿌듯해요. 오 박사님의 대화로 출연자들이 치유 받는 과정이 인간관계를 어려워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결과예요. 성인 상담을 소재로 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해요.

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모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어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는 것은 사회가 성숙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런 변화가 제게 남다르게 다가와요.


-최근 프로그램에 다양한 변화를 줬다.

오: ‘금쪽 상담소’로는 상담 폭을 어른들로 넓혔고, ‘금쪽같은 내 새끼’로는 방송인 이지현을 통해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는 방송 경험이 많고,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가정이었기 때문에 도전했어요. 두 프로그램을 통해 진심에 다가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나와 주변의 마음을 함께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미래…“건강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고 싶은 새 도전이 있다면?

김: 신선한 소재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에 홈스쿨링을 다뤘는데 재미있었어요.

오: 머릿속에는 정말 많아요.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해외로 나가 교민들을 만나 언어적·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오는 고민을 들어보고 싶어요. ‘금쪽상담소’는 비연예인 출연자로 확장시키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어요.


-서로를 향한 ‘러브콜’ 한마디를 남긴다면.

김: 요즘 오 박사님이 방송가 섭외 ‘0순위’예요. 그럼에도 ‘금쪽’만의 따뜻한 끈이 잘 연결돼 있다는 자신감은 있습니다. 우리만의 매력이 분명하니까요. 부디 건강을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오: 섭외 0순위?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 하하하! 방송은 짧은 시간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요. 제가 방송을 하는 이유죠. 그 목적과 맞닿는 ‘금쪽’ 시리즈는 제게 참 귀하고 가치 있어요.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제 곁에 이런 공감과 따뜻함을 가진 제작진이 있다니 힘이 나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할 거예요. 김 PD님, 걱정 마세요. 저 꽤나 의리 있는 사람이랍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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