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제 24대 허구연 총재 취임식’에 참석한 허구연 신임 총재가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9일 서울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제 24대 허구연 총재 취임식’에 참석한 허구연 신임 총재가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야구인 출신 최초로 KBO 수장을 맡게 된 허구연 신임 총재(71)가 공식 취임했다. 2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을 시작으로 제24대 KBO 총재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국가대표선수까지 경험한 허 신임 총재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청보 핀토스 감독을 거쳐 MBC 해설위원, KBO 규칙위원장 및 야구발전위원장 등으로 활약하며 야구 발전에 앞장서왔다. 특히 부족한 야구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정열을 불살라왔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어깨가 무겁다”며 “올해는 우리 야구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나는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온 구원투수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임기 내내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일성을 전한 뒤 곧바로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강한 어조로 ‘팬 퍼스트’, ‘대외협력 강화’, ‘국제경쟁력 강화’를 외쳤다.


●팬서비스와 MZ세대위원회


야구팬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하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20·30세대 팬들을 위한 ‘MZ세대위원회’ 창설을 추진한다. 허 총재는 “경기 영상을 활용한 쇼츠(짧은 영상) 등을 저작권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다. 내가 ‘그것을 풀어놓지 않고 팬을 확보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며 “우리 젊은 세대들이 쉽게 야구를 접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1년간은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외협력 강화

허 총재는 줄곧 야구 인프라를 강조해왔다. 이날도 인프라와 관련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 스포츠산업의 성장 및 발전에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관계기관과 협력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남해안 벨트를 조성하면 그곳에서 2군 훈련을 하고, 그 구장을 학생선수들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 공모를 통해 지역자치단체에서 야구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경쟁력 강화 및 교류전 추진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국야구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허 총재는 과거를 돌아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특히 지난해 2020도쿄올림픽 4위의 성적에 야구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허 총재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국야구는 자아도취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 야구의 수준이 어떤지를 선수들이 몸으로 느껴야 한다. 관심이 많은 일본과는 어떤 형태로든 교류전을 추진하겠다. 야구도 A매치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호 사태, 어떻게 풀 것인가?


스스로 제시한 3대 과제뿐 아니라 당면과제도 풀어야 한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퇴출됐던 강정호(35)의 복귀가 당장의 현안이다. 그의 원 소속구단 키움 히어로즈는 18일 KBO에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하는 동시에 2022시즌 선수 계약까지 마쳤다. 강정호는 KBO로부터 받은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소화한 뒤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일단 KBO가 임의해지 복귀를 승인해야 시계가 돌아간다. 이에 대해 허 총재는 “(강정호 건은)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상당히 많다. 심사숙고하고 있다.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며 즉답은 삼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