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하겠다.”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기록은 언젠가 깨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KBO리그 통산 2000안타 달성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기뻐했다. 한·미·일 통산 2000번째 안타는 더 이른 시점에 뽑았지만, 고국에서 대기록을 완성한 사실에 감격했다. 그는 “롯데로 돌아와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쁘다”며 “아직 1년이 더 남아있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더 많은 안타를 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사직 KT 위즈전에선 또 다른 금자탑을 세웠다. 0-0으로 맞선 2회말 KT 선발투수 엄상백을 상대로 좌월 1점홈런을 터트렸다. 올 시즌 첫 홈런이자, KBO리그 통산 352번째 홈런이었다. 양준혁(전 삼성·351홈런)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며 “기록에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대호에게는 화려한 개인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이날은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으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KT와 3연전 위닝시리즈로 5위(7승6패·승률 0.538)를 지켰다. 그는 “내 홈런으로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끝이 다가오는 만큼 절실함도 커졌다. 2022년은 이대호가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다. 그는 지난해 1월 롯데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으면서 은퇴시기를 정했다. 2년 최대 26억 원의 계약조건에는 흔치 않은 우승 옵션(매년 1억 원)도 넣었다. 당시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주장 전준우는 “(이)대호 형도 머릿속으로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며 “형의 마지막을 꼭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희는 “선배님께 묻고 싶은 점이 많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선배님과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바랐다.

이대호는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4경기에서 타율 0.286, OPS(출루율+장타율) 0.790, 19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뛰는 야구의 비중을 늘리는 팀 분위기를 따라가면서도 팀 내 홈런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13경기에서 타율 0.383(47타수 18안타), OPS 0.931, 1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한동희(타율 0.386·OPS 1.122)와 함께 거인 타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이대호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