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동남아의 텃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머무는 울산의 고충이 상당하다. 이곳은 2개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 월드컵경기장 못잖은 시설의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은 홈 팀 경기만 열리고 나머지는 탄 스리 다토 하지 유노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탄 스리의 환경은 최악에 가깝다. 푸석푸석한 땅에 잎이 넓은 잔디가 깔렸다. 타 팀 선수단 사이에선 백사장이 낫다는 푸념이 나온다. 그런데 이 경기장마저 공식훈련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라운드 정비를 들어 출입이 통제돼 1·3차전 전날에야 간신히 잔디 상태를 확인했을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팀 훈련장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출퇴근하는 홈 팀이 제공한 훈련장은 40분, 1시간 30분 거리의 2곳이었다. 울산은 물론,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광저우FC(중국) 모두 전자를 희망했고 결국 시간대를 달리해 사용하게 됐으나 충분치 않다.
베트남 호치민으로 향한 전북도 어렵다. 통낫 스타디움에서 대회를 일괄 진행하는 주최 측에서는 출전 팀들에게 30여분 거리와 2시간 떨어진 훈련장을 제공했다. 전북·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시드니FC(호주) 모두가 전자를 택했다.
반면 사실상의 홈 팀인 호앙아인은 팀 호텔 앞 훈련장을 사용 중이다. 이 훈련장은 대회 전, 팀 미팅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곳으로 쏟아지는 항의에 호앙아인은 “오직 베트남인들만 출입할 수 있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는 후문이다.
태국에 머무는 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리람과 방콕으로 향한 대구, 전남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려움이 상상 이상이다. 원정 대회에서 홈 팀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할 수 없어도 과한 몽니는 꾸준하게 실력을 키운 동남아 클럽들의 치열한 노력마저 갉아놓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