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차 베테랑 고효준 반전 이끈 발상의 전환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2-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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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고효준.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좌완투수 고효준(39)은 KBO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되며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뎠고, 올해까지 21년째 현역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야구인생에 굴곡이 많았다. 총 3차례 방출을 경험했다. 입단 첫해를 마친 뒤 방출돼 2003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고, 2016년 중반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돼 2017년 팀의 한국시리즈(KS) 우승에 일조했을 때만 해도 활용가치가 상당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뒤 3시즌을 잘 버텼다.

그러나 2020시즌 후 또 한번 방출 통보를 받아 지난해 LG 트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1군 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예상대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현역 연장의 끈을 놓지 않고 SSG의 입단 테스트를 받은 고효준은 어렵사리 마운드에 다시 설 기회를 얻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몸담았던, 익숙한 팀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까지 결과는 고효준과 SSG 모두에 윈-윈이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기존 좌완 필승계투요원 김태훈의 부진과 맞물려 4월 19일 1군 무대를 밟았다. 이후 7경기(8이닝)에서 무실점(2홀드)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고, 4월 29~30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선 이틀 연속 1.2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2-1로 앞선 6회초 2사 만루서 정수빈을 삼진으로 잡고 포효한 4월 30일 경기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고효준의 강점은 한국 나이 마흔 살에도 직구 평균구속 145㎞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투구폼과 강력한 구위는 상대 좌타자들을 봉쇄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그러나 반대급부가 있었다. 안정된 제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 꼬리표는 선수생활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해까지 고효준의 통산 삼진(767개)/볼넷(521개) 비율은 1.47에 불과했다.

SSG 고효준. 스포츠동아DB


SSG 김원형 감독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묘수를 짜냈다. 직구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다는 데이터를 참고했다. “(고)효준이는 무조건 2스트라이크까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시범경기를 통해 이를 점검했고, 본인도 제구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직구가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올 시즌 고효준의 직구 구사 비율은 25.8%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의 직구 구사 비율(65.3%)과 차이가 크다. 올해는 변화구(슬라이더 60.5%·포크볼 10.5%·커브 3.2%)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고효준은 11개의 삼진을 엮어내며 볼넷 2개만을 내줬다.

김 감독으로선 고효준의 활약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는 “효준이는 제구 불안만 해결하면 지금의 나이에도 젊은 투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 지금의 효준이는 구위는 과거와 똑같지만 제구가 안정됐다. 이제는 믿음을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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