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빛나는 별” 故 강수연 영결식…임권택→설경구-문소리 추도 [종합]

입력 2022-05-11 11:2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영원히 빛나는 별” 故 강수연 영결식…임권택→설경구-문소리 추도 [종합]

영화계 선후배들의 눈물의 배웅 속에 故 강수연이 영면에 들었다.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故 강수연의 영결식. 이날 배우 유지태가 영결식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연상호 감독 그리고 설경구와 문소리가 추도사를 맡았다.

故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다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사회자 유지태는 “아직 전혀 실감이 안 난다.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 분들과 영화계 선후배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영결식의 거행을 알렸다.


일동 묵념을 마치고 추도사에서 김 이사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배우 강수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믿기지 않고 믿을 수 없는 황당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 보내드리고자 한다”면서 생전 배우로서,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서, 가장으로서 힘써온 故 강수연의 업적을 기렸다. 그는 “처음 응급실에서 또 중환자실에서 비록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당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비록 강수연 씨 당신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나지만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계를 비추면서 끝까지 화려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강수연 씨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아들처럼 동생처럼 늘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느냐. 편히 쉬어라”라며 애도를 표했다.


설경구는 “이제는 볼 수 없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끔찍한 장면일 텐데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1998년 영화 ‘송어’ 촬영 현장에서 강수연과 처음 만난 순간을 회상하며 “선배님은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치며 이끌어주셨다. 나뿐 아니고 모든 배우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들을 너무 좋아했고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신, 배우들의 진정한 스타셨고 거인 같은 대장부셨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설경구는 故 강수연에 대해 “소탈했고 친근했고 섬세했고 영화인으로서 자존심이 충만했던 선배님이셨다. 너무 당당해서 너무 외로우셨던 선배님. 아직 할 일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안타깝고 비통할 뿐”이라면서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어서 우리를 비춰주실 거라 생각한다. 언제든, 어느 때든 찾아와 주시기 바란다.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내주신 사랑과 염려,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해서 행복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라며 추도사를 마쳤다.

문소리는 비통함에 눈물을 쏟으며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겠다. 여기서는 못 했지만 이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했으면 좋겠다”고 추도했다.


연상호 감독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강수연과의 일화를 언급했다.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행사에 참석한 연 감독은 우연히 거리에서 성사된 칸 영화제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언어적 어려움을 겪었고, 강수연이 자신과 일행을 위해 통역을 자처했다고 고백했다.

연 감독과 강수연의 인연은 10년 만에 영화 ‘정이’로 이어졌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인류가 만든 피난처 쉘터에서 내전이 일어난 22세기, 승리의 열쇠가 될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복제 로봇을 성공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SF영화. 강수연은 지난해 ‘정이’에 합류하며 10여 년 만에 배우 복귀를 알렸다.

연 감독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다. 어떤 배우와 새로운 시도를 함께할까 고민할 때 강수연 선배가 떠올랐다”면서 강수연의 합류를 회상하며 “뛸 듯이 기뻤다. 든든한 백이 생긴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에도 (‘정이’를) 촬영하면서도 강수연이라는 거대한 별과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될 줄 몰랐다. 이 영결식이 끝나고서는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와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선보일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배님의 새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끝까지 동행하겠다. 내가 선배님의 든든한 백이 되어주겠다”고 애도했다.

영결식을 마치며 유지태는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선배로서 후배로서 우리 모두는 강수연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선배님이 밝혀놓은 찬란한 빛을 따라 영화를 하게 된 많은 후배들을 앞으로도 지켜봐주실 거라고 믿는다. 선배님 보고싶습니다”라고 전했다.


1966년생인 강수연은 4살 때 아역배우로 데뷔했으며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를 통해 하이틴 스타로 거듭났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의 정난정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로 제26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로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또한 강수연은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제16회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모스크바 영화제를 비롯해 도쿄영화제, 몬트리올영화제 등 세계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인연으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돼 열정적으로 임했으나 2017년 자진 사퇴했다.

故 강수연의 유작은 지난 1월 촬영을 마친 ‘정이’다. 넷플릭스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