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반등 열쇠 쥔 정훈의 본모습, BABIP 神은 알고 있다!

롯데 정훈.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정훈(35)의 반등은 예견된 일일까.

올 시즌 정훈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는 예년보다 낮다. KBO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9일까지 0.241에 불과했다. 정훈의 통산 BABIP는 0.331이다. 대개 BABIP의 변동폭이 크면 운이 작용했는지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2020년(0.346)과 2021년(0.332)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 시즌에도 예년 수치로 회복할 가능성은 크다.

라인드라이브가 많거나 발이 빠른 타자는 대체로 높은 BABIP를 유지한다. 하지만 BABIP에는 운도 크게 작용한다. 정타를 때려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면 아웃이다. 빗맞아도 절묘한 데 떨어지면 안타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타격감이 올라오는 것만큼은 분명해도,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면 조금 아쉽다”고 말한다.

정훈도 불운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일도 잦았다. 지난달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파울 타구에 다리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무적 장면을 적지 않게 연출했다.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듯했는데도 장점을 유지했다. 타율은 0.210에 불과했어도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은 0.116으로 높았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롯데 타자들 중 1위다.

10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선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이날 5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해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으로 활약했다. 1회말 2사 2·3루선 NC 선발투수 김시훈을 상대로 선제 결승 2타점 우전적시타를 뽑았다. 김시훈은 우타자 정훈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정훈은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볼에도 속지 않다가 살짝 밀려들어온 바깥쪽 변화구를 밀어냈다.

롯데는 정훈의 반등을 기다렸다. 정훈은 손아섭(NC)의 이적 이후 상위타순 갈증을 해소했을 뿐 아니라 중심타자로서 가치도 보여줬다. 서튼 감독은 4월 9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부터 14연속경기 정훈을 1번타자로 기용하면서 “모두에게 출루를 기대하지만 정훈이 가장 꾸준하다. 타점도 잘 낸다. 3~5번 타순에도 넣고 싶지만 출루를 잘 한다. 정훈이 타석에 들어가면 항상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