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계 비주류’ KB스타즈 김완수 감독이 노력과 열정으로 이뤄낸 성공

입력 2022-05-11 16:3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B스타즈 김완수 감독. 스포츠동아DB

학창시절 단 한 차례도 우승 경험이 없다. 프로선수였으나, 한 번의 1군 경기 출전 기록 또한 없다. 농구단 사무국 직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농구공을 놓지 못했다. 학원스포츠 지도자로 출발해 프로농구단 사령탑에 올랐고, 결국 가장 높은 곳에서 환하게 웃었다.

청주 KB스타즈를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챔피언에 올려놓은 김완수 감독(45)의 인생 스토리다. 그는 고개를 숙이는 게 익숙하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프로팀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몸에 밴 겸손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한다. 어깨를 펼 만도 하지만 ‘아직’이란다. 더 이룰 게 남아서다.

우승한 뒤 지인들을 만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세 아이 아빠로 돌아갔다. 아이들을 차로 픽업하는 게 내 일이다. 저녁 시간에만 외출을 허락받았다. 아직 우승 보너스는 못 받았다. 통장으로 들어오면 아내가 조금은 더 편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그에게 지난 1년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지난해 여름 갑자기 KB스타즈에서 감독 인터뷰를 제의했다. 당시 부천 하나원큐 코치였던 그는 구단에 허락을 받고 인터뷰에 다녀왔다.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다. 어차피 스타 출신이나 지도자 경력이 출중한 이들의 몫이라 판단했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했고, 설명도 잘했다. 그 경험도 소중했다. 그런데 덜컥 연락이 왔다. 감독 계약 제안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를 그만두고 농구가 싫었다. 한 2년은 안 봤다. 어린 시절 배운 좋은 것들을 물려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지도자다. 온양여중과 여고에서 재직했다. 온양여고에서 우승해보고 싶어 다른 학교를 안 갔다. 딱 마흔 살까지만 하려 했다. 운이 좋았다. 프로 코치에 감독까지, 그리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도 들어봤다”고 자신의 농구인생을 되돌아봤다.

KB스타즈 김완수 감독. 스포츠동아DB


물론 아픔도 겪었다. 그가 KB스타즈 감독직에 오르자마자 루머가 돌았다. 자유계약선수(FA) 강이슬과 함께 KB스타즈로 이동한다는 얘기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강이슬은 실제로 KB스타즈와 FA 계약을 하고 김 감독과 인연을 이어갔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진실은 밝혀지고, 언젠간 모두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변명하지 않았다. 난 떳떳하고 당당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당시에는 (강)이슬이가 오히려 섭섭하다고 할 정도로 얘기를 안 했다”고 털어놓았다.

농구단 매니저, 사업가로 사회생활을 맛보며 그가 가장 소중하게 느끼는 가치는 ‘소통’이다. 어떤 조직이든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몸소 배웠다. 이를 지도철학으로 삼았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선수들과 수시로 대화한다. 팀이 지향하는 바를 공유하고, 모두가 함께 하는 팀을 만들었다. KB스타즈의 우승 비결이다.

김 감독은 “나처럼 스타 출신이 아닌 프로 감독이 꼭 성공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응원을 해준다. 그 분들이 ‘네가 희망’이라고 한다. 그만큼 더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프로 감독으로 막 출발했을 뿐이다. 부족한 게 많아 더 노력해야 한다. KB스타즈 구성원 모두와 잘 소통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 명문구단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