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던 ‘포수 김민혁’ 카드, 화수분 두산의 한 단면

입력 2022-05-18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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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연장 11회초 2사 두산 김민혁이 파울볼을 잡아 이닝을 종료시킨 후 웃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선수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매일같이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지는 1군 무대에서 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면, 그 자신감이 발판이 돼 활약이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17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던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민혁(26)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민혁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에 두산의 지명을 받은 거포 기대주였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은 46경기가 전부였다. 2018년 2개의 아치를 그렸지만, 존재감을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해인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 58경기에선 타율 0.330(221타수 73안타), 9홈런, 45타점, 출루율 0.400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는 2군 기록도 급락(24경기 타율 0.265·1홈런·11타점)한 까닭에 1군 콜업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입단 8년차 김민혁에게는 모멘텀이 필요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잡는 것도 선수의 몫이다. 김민혁은 절실했다. 17일 선발출전한 포수 박세혁이 박유연과 교체됐고, 박유연은 SSG 선발투수 이반 노바의 투구에 손목을 맞아 포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포수 엔트리에 등록된 2명을 모두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산 벤치는 광주동성중 시절까지 포수를 경험했던 김민혁에게 마스크를 맡겼다. 당연히 프로 첫 포수 출전. 그러나 7회부터 연장 12회까지 무려 6이닝을 책임졌다.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지만, 포수는 특수 포지션이다. 투구를 효과적으로 캐치하고, 주자의 움직임까지 살펴야 하는 등 역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김민혁은 코치진의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코치님께서 ‘할 수 있느냐’고 하셔서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기회가 있을 때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연장 11회초 2사 두산 김민혁이 파울볼을 잡아 이닝을 종료시킨 후 홍건희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시행착오도 겪었다. 5-8로 추격한 7회초 1사 3루서 김명신의 낙차 큰 포크볼을 뒤로 빠트렸다. 정상적인 캐치였다면 실점 없이 2사 3루가 됐겠지만,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이 돼 1점을 거저 주고 아웃카운트도 늘리지 못했다. 팀이 추격하던 흐름이라 자신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지만, 오히려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김민혁은 이후 연장 12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투수 리드로 9-9 무승부를 이끌었다. 공격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전문 포수가 아니라면, 투수들은 낙폭이 큰 변화구를 던지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폭투와 포일로 추가 진루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김민혁은 달랐다. 투수들에게 “사인을 아무 거나 낼 테니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라”고 말하며 부담을 줄여줬다. 패배를 막은 비결 중 하나였다. 그는 “정신없는 하루였고 긴장도 했지만, 코치님과 형들이 응원해주셔서 이닝을 거듭할수록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오히려 공을 돌렸다. 그에게는 이날의 활약이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일지 모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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