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첫 공개, 집행위원장 유도로 12분 기립박수…외신 평가 극과 극 [이승미 기자의 여기는 칸]

입력 2022-05-27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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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 ‘브로커’가 세계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의 유도 아래 12분간의 긴 기립박수가 이어졌으나 외신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 열흘째인 27일(한국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제작 영화사집)의 월드프리미어 상영이 진행됐다.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배두나, 이주영이 주연했다.

영화는 2001년 영화 ‘디스턴스’ 이후 무려 7번이나 칸 초청을 받은 것은 물론 2018년에는 ‘어느 가족’으로 최고상이 황금종려상까지 받았던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그 어느 영화보다 큰 기대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듯 상영 전부터 뤼미에르 극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아이유의 앨범을 들고 아이유의 싸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이유가 차량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내자 눈물을 쏟는 팬들까지 눈에 띄었다.

상영 10분을 앞두고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이주영이 레드카펫 위에 등장했다. 배두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하는 할리우드 영화 ‘리벨 문’의 미국 촬영 스케줄로 인해 아쉽게 불참했다.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칸의 단골손님’ 고레에다 감독과 송강호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쉬와 환호성에 여유 있는 웃음으로 손을 흔들었고 첫 칸 입성에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아이유와 이주영도 이내 미소로 화답했다,

관객들은 2500여 석의 대형 극장을 꽉 채웠다.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2시간 9분의 러닝타임이 지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감독과 배우들이 앉아있는 쪽을 향해 환호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가 관객들의 긴 박수를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이로 인해 12분간의 긴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생각 보다 긴 기립박수에 고레에다 감독도 마이크를 잡고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님이 서스펜스를 아주 잘 다뤄주시는 것 같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이어 “식은땀이 막 났는데 드디어 끝났다. 팬데믹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함께 고생해준 우리 팀을 비롯해 영화가 정상적으로 걸릴 수 있게 도와주시고 나눠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상영 후 외신들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따뜻하고 훌륭한 영화라는 호평과 고레에다 감독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라는 혹평이 혼재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글로벌 시네마에서 가장 유명한 휴머니스트인 고레에다 감독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재능을 보여줬다”고 전했고 필름스테이지는 “버려진 아이를 통해 대체 가족에 대한 복잡하고 윤리적인 문제와 사회적 철학적 가치를 다룬 영화가 사랑스럽고 슬프다”고 호평했다.

특히 뉴욕타임즈와 W매거진은 각각 “올해 칸 영화제 최고 작품 중 한편”, “황금종려상을 탈 만한 영화”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토털 필름은 “세밀하게 관찰한 사회성을 품으면서도 따뜻한 영화”라면서도 “고레에다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과 라이벌로 견주기는 힘들 듯 하다”고 전했다.

영화에 대한 아쉬운 평을 내놓은 매체들은 영화의 각본과 지나친 감상주의에 대해 입을 모아 혹평했다. 데드라인은 “사회적 관찰과 지나친 감상주의 사이에서 왔다갔다한다”라며 “스토리텔링 역시 아쉬우며 조금 더 타이트한 각본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낭만적인 감성이 심하고 범죄드라마스러운 영화의 분위기에 비해 캐릭터가 얄팍해 영화가 허무맹랑해졌다”라며 “각본의 비현실성은 명배우 송강호도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매체들은 이번 영화를 통해 스크린 주연으로 우뚝 선 아이유의 연기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번 고레에다 영화는 생각보다 실망스럽다”고 평한 필름랜드 엠파이어도 아이유에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여우주연상 1순위로 손색없다”고 평했고 어워즈 위치는 “이 영화의 영혼 같은 존재는 케이(K)팝 가수였다가 배우로 변신한 아이유다. 온 힘을 다해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칸(프랑스) |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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