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 기자의 여기는 칸]아이유 “고레에다 감독님·송강호 선배님과 연기, 나 출세 했네”

입력 2022-05-28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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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사진제공| CJ ENM

가수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것은 물론,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 주연 드라마까지 연이어 성공을 시키며 배우로서도 확고히 자리매김한 아이유(29·이지은)가 첫 번째 주연 영화부터 연기 잿팟을 터뜨렸다. 무대는 일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영화 ‘브로커’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브로커’는 27일(한국시간)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세계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국내외 언론 모두 베이비박스에 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돌아온 젊은 엄마 역을 맡은 아이유의 놀라운 연기에 주목했다. 일부 외신들은 아이유를 이번 영화제의 가장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찍기도 했다.

월드프리미어 이튿날 국내 취재진과 만난 아이유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물론 기분이 너무 좋다”라면서도 “한국에서도 이렇게 좋은 반응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소망을 전했다.

-프랑스 니스 공항부터 월드프리미어가 열리는 극장 앞까지 팬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에서 이렇게나 저를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제 매니저 오빠는 물론 모든 제 스태프들까지 모두 벙 쪘어요. 레드카펫 행사할 때도 팬분들이 제 앨범 씨디를 들고 나와 계시는 걸 보고 ‘이거 몰래 카메라인가?’ 싶기도 했어요.”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주연영화를 선보인 소감은?
“어제 저에게 벌어진 일은 아직도 하나도 실감이 안나요. 정신 차려보면 행사장에 와있고 눈을 떠보니 박수를 받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었죠. 저도 나름 굉장히 오래 활동해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어제 같은 경험은 너무나도 특별했어요. 너무나 긴장을 해서 그 순간을 많이 즐기진 못한 거 같아요.”

-첫 스크린 주연부터 거장 감독과 영화계 정상급 배우들이 함께 했다.
“당연히 부담과 걱정이 컸고 긴장도 많이 됐죠. 첫 리딩할 때 다 마스크를 쓰고 했는데 마스크 안으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이 훌륭한 배우분들 사이에 내가 껴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나 출세 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서 내가 허점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걱정이 가장 컸죠. 대기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에도 절대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현장에서 송강호 등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지만 연기 외적으로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송강호 선배님이 본인의 촬영이 없는 날도 현장에 나와서 중요한 장면을 함께 모니터링 해주시고 고민도 함께 해주셨어요. 내가 선배님 연차가 되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배두나 선배님께는 감동 받을 때가 정말 많았어요. 술자리가 생기면 ‘막내 라인’ 저와 (이)주영 언니에게 ‘너흰 마시지마, 내가 마실게’라며 챙겨주셨죠. 20년째 톱스타인 강동원 선배님은 평소에는 굉장히 소탈하신 모습에 놀랐어요. 선글라스도 안 끼시고 진짜 편하게 즐기시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아역 배우들에게 진짜 잘 해주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배우가 선배님이셨어요.”

-미혼모 역할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마침 엄마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 작품의 제안을 받게 됐어요. 왜 엄마 역할을 하고 싶었는지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엄마 연기가 하고 싶었죠. 주인공이 아니라도 엄마 롤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물론 그냥 엄마도 아니고 미혼모에 거친 과거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겁도 나고 걱정도 됐지만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어요. ‘브로커’ 이후에도 또 다른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주연을 맡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캐스팅을 했다고.
“감독님께서 그 드라마를 보시고 저에게 이 역할을 제안해주신 것이기 때문에 ‘나의 아저씨’에서 제가 연기했던 지안이라는 인물과 ‘브로커’에서 연기한 소영이라는 인물이 어느 정도 비슷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지안과 소영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어요. 감독님께서도 두 인물이 왜 다른지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해주셨죠. 지안이 안으로 참는 인물이라면 소영은 참지 않고 표현하는 인물이죠. 일차원적으로 비슷한 캐릭터일 것이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고 준비했다고 다른 면이 많아서 많이 놀랐어요.”

아이유. 사진제공| CJ ENM

-‘브로커’를 통해 배운 점은.
“저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고, 미혼모였던 적은 더더욱 없어요. 캐릭터를 준비하다보니 ‘그들의 삶에 대해 내가 이렇게 몰랐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은 정말 자기의 인생만을 사는 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예전부터 연이 계속 닿고 있는 보육원이 있어요. 촬영을 하는 내내 ‘그 보육원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연기하려고 했어요.”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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