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집트의 친선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중거리 슛을 날리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 친선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집트와 상대전적에서 6승7무5패로 앞선 한국은 앞선 브라질(2일·1-5 패)~칠레(6일·2-0 승)~파라과이(10일·2-2 무)전을 포함한 4연전을 2승1무1패로 마쳤다.
이번 시리즈는 11월 개막할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스파링 무대였다. 본선 조별리그 H조에서 한국은 우루과이~가나~포르투갈을 차례로 만난다. 16강 진출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인 우루과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23골)에 빛나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유럽무대에서 꾸준히 실력을 발휘한 스트라이커 황의조(보르도)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4-4-2 포메이션의 최전선을 책임졌으나, 전형적인 투톱은 아니었다. 칠레, 파라과이전에서 프리킥으로만 2골을 뽑은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은 물론 하프라인 아래까지 이동하는 프리롤로, 자유롭게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집트 진영을 흔들었다.
상대가 빠른 템포로 공세의 수위를 한창 높여가던 전반 16분, 한국 최고의 공격수들은 영(0)의 균형을 깨며 첫 결실을 맺었다.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손흥민이 오버래핑을 시작한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를 향해 길게 볼을 배달했고, 이어진 크로스를 황의조가 껑충 뛰어올라 골문을 열었다.
이집트의 허를 찌른 공격 전개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1골에 만족하지 않았다. 숨 돌릴 새 없이 계속 몰아쳤다. 6분 뒤 또 다시 손흥민과 황의조의 합작품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오른쪽 코너킥이었다. 소속팀에서도 세트피스 킥을 전담한 손흥민이 상대 문전으로 정확히 배달한 볼을 황의조가 머리로 흘렸고, 공격에 가담한 중앙수비수 김영권(울산 현대)이 다이빙 헤더 골로 연결했다.
파라과이전을 마친 뒤 “(손흥민-황의조 투톱은)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각 전술 시스템에서 (선수들이) 무엇을 할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던 벤투 감독의 기대를 확실히 충족시킨 장면이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이집트의 친선경기에서 한국 황의조가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집트도 무기력하지 않았다. 12일 전세기 편으로 입국해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손흥민과 ‘EPL 골든부트’를 수상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부상 여파로 방한하지 못해 완전체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전반 38분 모하메드 모스타파의 만회골로 추격전에 나섰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벤투호’의 집념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40분 교체카드가 제대로 힘을 냈다. 후반 25분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배턴 터치한 ‘스피드 레이서’ 엄원상(울산)이 이집트의 볼을 가로채 연결한 볼을 황의조 대신 투입(후반 33분)된 골잡이 조규성(김천 상무)이 시원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해 3-1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김진수가 정확한 궤적으로 띄운 왼쪽 크로스를 단신의 권창훈(김천)이 헤더 골로 연결하는 이채로운 장면도 연출하며 3골차 쾌승을 완성했다. 풀백 경쟁에서 가장 앞선 김진수는 어시스트 2개로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을 예약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