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해프닝인가요? 팬 폭행 사건 대하는 수원 삼성의 무책임과 방관 [취재파일]

입력 2022-06-22 0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수원 삼성-FC서울의 ‘슈퍼매치’가 열린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축제의 장인 아닌 폭력사건의 현장이 됐다. 일개 극성팬의 일탈이 구단의 안일한 대처 탓에 K리그 전체에 먹칠을 하는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이날 경기 전 북측 관중석 출입구 부근에서 수원 서포터스 내 소모임 소속 고등학생 팬이 서울 유니폼을 입은 중학생 팬을 들어올려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폭행이 이뤄졌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은 20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을 중심으로 분노 여론이 들끓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식 항의하고,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다.
이후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 가해학생과 어머니, 수원 구단 차원에서 사과문이 나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일단 가해자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 그는 자필사과문을 통해 “폭행이나 다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같이 점핑을 하자고 들어올리다가 놓쳤다”고 밝혔다. 수십 명의 수원 팬들에게 둘러싸였다는 피해자의 증언, 사건 당시 영상, 커뮤니티의 목격글 내용을 종합하면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다. 사건 당일 가해자와 영상통화로 사과를 받은 피해학생의 부모는 뒤늦게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고는 고소를 진행했다.

이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인식한 수원 구단의 안일한 대응도 큰 문제다. 예민하고 신속하게 대처한 서울과 달리 수원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부터 미흡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20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폭행을 가한 팬이 피해학생과 부모님에게 직접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 때까지 피해자가 중학생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뒤늦게 사건 당사자들의 신상을 파악한 뒤에는 “가해자도 고등학생으로 파악됐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팬이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었던 해프닝 때문에 시비가 붙은 일인데 일이 너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수원은 구단 차원에서 해당 팬과 소속 소모임에 대한 징계를 내렸으나, 올바른 서포터스 문화 정착을 위한 결단인지에는 의문이 든다. SNS를 통해 “가해자에 대해 향후 2년간 홈경기 출입정지 방침이고, 해당 소모임에 대해 엄중 경고하는 한편 올 시즌 홈경기 시 단체복 착용 및 배너 설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도 모자랄 상황임에도 구단은 꼬리를 자르려는 행태를 보였다. 21일 모 매체가 공개한 경기 당일 영상에는 경기장 북측 광장에 모인 수원 서포터스가 현장에 있는 서울 팬들을 조롱하고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담겼는데, 수원 구단 관계자가 현장을 지나는 것도 포착됐다. 양측 팬들의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관한 것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슈퍼매치는 복수의 장이 될 것이다. K리그 전체를 위해서라도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건전한 팬 문화 정착과 향후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구단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도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구단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상벌 규정에 따라 ‘관중 소요사태’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구단의 관리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가 관건이다. 양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요청했고, 관리 소홀로 판단된다면 수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 상벌 규정에 따르면 ▲무관중 홈경기 ▲제3지역 경기 개최 ▲5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의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