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만루 두산 허경민이 역전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만루 두산 허경민이 역전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는 5일까지 5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6월 월간 성적이 9위(8승1무14패)에 그친 데다, 7월 4경기에서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해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설상가상으로 5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2-1로 앞선 9회말 2사 후 실책이 빌미가 돼 뼈아픈 3-4 역전패를 당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장기 연패에 빠진 탓에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6일 키움전도 쉽지 않았다. 키움은 5일까지 9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10연승에 도전한 이날은 핵심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를 내세웠다. 실제로 두산 타선은 6회까지 요키시를 상대로 4안타 1볼넷 무득점의 빈공에 시달렸다. 7회말 김재호의 2루타와 박계범의 볼넷 이후 요키시가 강판되기 전까지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영웅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무릎 부상을 털고 5일 1군에 복귀한 허경민(32). 앞선 3타석에서 2안타를 뽑아내며 타격감을 조율한 그가 7회말 1사 만루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으로선 이날 최고의 찬스였다.

서서히 방망이를 달구던 허경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키움 2번째 투수 김태훈의 2구째 시속 145㎞ 투심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했다. 개인통산 3번째 만루포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 나왔다.

승리에 목말랐던 두산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고, 조용했던 두산 덕아웃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허경민은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에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후 정철원(8회)과 홍건희(9회)가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팀의 5-2 승리를 완성했다. 5연패 탈출과 더불어 키움의 10연승 도전까지 막아 기쁨은 두 배가 됐다.

두산은 허경민 없이 치른 15경기에서 4승1무10패(승률 0.286)로 고전했다. 게다가 이 때부터 승패의 마진이 벌어지기 시작한 까닭에 허경민의 마음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군에 돌아오기 무섭게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며 큰 짐을 덜어냈다.

허경민은 경기 후 “정말 필요한 순간에 팀에 도움이 되는 타구를 만들어내서 기분이 좋다”면서도 “그 기분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는 하루인 것 같다.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 팀이 연패에 빠지다보니 주축 선수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남은 경기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