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어떻게 하면 중심타자들이 타점 내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죠.”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5)은 팀에 없던 유형이다. 빠른 발로 한 베이스 더 가고, 한 점 더 뽑는 능력을 지녔다. 재미난 별명도 생겼다. 고급자동차 ‘람보르기니’에 빗댄 ‘황보르기니’다. 황성빈도 마음에 들어 한다.

그렇다고 빠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황성빈은 데뷔 처음 선발출장한 5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번트안타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강렬한 첫인상 속에는 남다른 야구센스가 숨어있다. 당시 한 차례 번트를 시도했다가 강공 자세로 전환했는데, 이 때 상대의 내야 시프트를 기민하게 살핀 뒤 재빨리 번트안타를 성공시켰다. 이후 한화 내야수비가 흔들린 틈을 노려 2루까지 달렸다. 이날 번트안타만 2개를 뽑았다.

황성빈은 “첫 타석 때 수비 위치를 계속 살폈다. 번트를 대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번트안타를 친 뒤 생긴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 그 뒤 상대 내야가 번트를 의식하는 듯했지만 순간순간 상황을 살폈다”고 돌아봤다.

한동안 출루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출루방법은 물론 득점과정까지 고민한다. 황성빈은 “누상에 나간 뒤에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좀더 흔들고, 빈틈이 생길 때 내 뒤 중심타자들이 더 쉽게 타점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진가는 한 베이스 더 뛰는 야구에서도 드러난다. 올 시즌 추가진루율은 63.6%로 팀 내 1위다. 12일 사직 한화전에선 자칫 병살타가 될 타구에도 1루서 2루로 파고들었다. 진루한 뒤에는 정훈의 짧은 안타에 3루를 돌아 재빨리 득점까지 했다. 13일 한화전에선 단타에도 1루서 3루까지 파고든 뒤 결승득점까지 올렸다. 2연속경기 결승득점이다. 시즌 전 기동력 야구를 강조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그를 주전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황성빈은 내야안타, 번트안타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출루한다. 하지만 발로만 타격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부챗살 타격(좌 36.2%·중 29%·우 34.8%)이 될 정도로 기본 타격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박용택 KBSN 해설위원 역시 “지금 타격이 좋으니 슬럼프가 와도 이 감각을 유지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누상에 나간 뒤에는 홈만 바라본다. 이 때 타구속도나 방향, 상대 수비 시프트 등을 기민하게 파악해 한 베이스 더 뛰고 후속타자의 타점을 돕는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출루할지, 또 어떻게 하면 중심타자들이 타점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3연승에 앞장선 날에는 “선배들이 좋은 타격으로 홈에 불러들여주셔서 득점한 것”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