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범(왼쪽), 김진수.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 에이스들의 몸이 풀렸다. 국가대표팀 중원의 엔진 역할을 수행한 황인범(26·FC서울)과 측면을 지배하는 베테랑 왼쪽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대회 4연패를 향한 첫 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로 전열을 꾸린 중국을 상대로 압도적 공세를 퍼부어 3골차 대승에 성공한 대표팀에서 황인범은 단연 돋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루빈 카잔(러시아)을 잠시 떠나 서울과 2번째 임시 동행을 결정한 그는 허리진에서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여러 차례 과감한 킥을 시도하고 날카로운 볼 배급을 하며 빌드업에 깊이 관여한 그는 작심하고 두 줄 수비를 펼친 중국에 전혀 다른 클래스를 증명했다. 상대 자책골로 1-0 앞선 후반 권창훈, 조규성(이상 김천 상무)의 연속 골도 황인범의 발에서 시작됐다.
최근 입은 손가락 부상 후유증은 없었다. 아직 뼈가 다 붙지 않아 한 차례 충돌 과정에서 잠시 고통을 호소하긴 했으나 여유롭게 80분을 뛰며 제 역할을 100% 해냈다. 황인범은 “(밀집수비는) 월드컵 예선에서도 많이 경험했다.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간 개척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2022~2023시즌을 앞둔 프리시즌 훈련에 나선 손흥민(토트넘)을 대신해 이번 대회 주장으로 나선 김진수도 인상적이었다. E-1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주간에 진행되지 않아 유럽·중동 소속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는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선수단에 큰 폭의 변화를 줬지만 혼란은 없었다. 중국의 측면 공략을 철저히 틀어막고 속도가 가미된 빠른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팀 공격에 힘을 보탠 김진수는 후반 초반 어느새 문전 한복판까지 올라가 안정적인 헤더로 권창훈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여유롭게 승점 3을 확보한 대표팀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홍콩과의 2차전도 최대한 많은 골이 필요하다. 사실상 대회 결승전과 다름없는 한·일전(27일)을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치르려면 역시나 벤투 감독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황인범, 김진수와 같은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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