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부터 13년간 방영한 KBS 2TV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22일 600회를 끝으로 폐지된다. 최근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프로그램도 폐지하기로 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아이돌 가수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프로그램의 명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진행자 섭외 등의 문제 등으로 난관에 부딪히면서 새 프로그램 기획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KBS는 21일 현재 후속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앞서 1992년 ‘노영심의 작은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등 관련 포맷을 계속 방송해온 만큼 이번에도 심야음악프로그램을 준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모든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심야음악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21일 “아이돌 음악에 집중된 방송가에서 30~50대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콘텐츠가 전무하다”며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양질의 음악 콘텐츠를 대중에 제공하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또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심야음악프로그램 존속에 대한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폭 넓은 장르의 음악을 대중에 소개할 수 있는 진행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확실하고, 관심을 끌만한 팬덤과 입지를 가진 가수를 내세워야 한다”면서 “이 같은 조건을 두루 갖춘 스타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 또한 “유희열의 하차 사례로 인해 후임자는 심야프로그램의 바통을 잇는 부담감과 위험 요소가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유희열은 노래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의혹 등에 휩싸인 후 일부 시청자로부터 프로그램 하차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18일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프로그램에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번주까지만 녹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함께 출연하던 JTBC ‘뉴페스타’ 등에서도 하차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