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병호, SSG 한유섬, 삼성 오재일, KIA 나성범, 두산 김재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T 박병호, SSG 한유섬, 삼성 오재일, KIA 나성범, 두산 김재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홈런타자에게 삼진은 일종의 ‘세금’과 같다고 말한다.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만큼 삼진을 많이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 시즌에도 이런 속설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지고 있다.


25일을 기준으로 27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T 위즈 박병호(36)는 삼진도 리그에서 가장 많이 당한 타자다. 삼진이 98차례인데, 이 또한 독보적 1위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장타력을 뽐내기 시작한 그는 2013년을 제외하곤 매 시즌 세 자릿수 삼진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자리를 지켜왔다.


삼진 부문에서 박병호의 뒤를 잇고 있는 타자들 역시 대부분 거포 스타일이고, 각 팀의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다. SSG 랜더스 한유섬(33)은 87개의 삼진을 당해 전체 2위다. 하지만 팀 공헌도는 발군이다. 72타점으로 이 부문에서 박병호와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홈런 공동 15위(11개), 장타율 14위(0.471) 등으로 SSG의 선두 질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삼진 랭킹 3~5위는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36·85개), KIA 타이거즈 나성범(32·82개), 두산 베어스 김재환(33·80개)이다. 이들 또한 모두 팀에서 클린업트리오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두 자릿수 홈런을 채웠다. 장타율에선 오재일과 나성범이 10위 안에 들어있고, 김재환은 16위다. 타점 순위에서도 이들 3명은 모두 15위 안에 포진해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볼넷이다. 홈런타자들이 삼진을 많이 당하면서도 적지 않은 볼넷을 얻어내고 있다. 거포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배터리의 견제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인구에 헛스윙도 많이 하지만, 상대가 정면승부를 기피하는 만큼 볼넷도 쏠쏠하게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진을 많이 당하고 있는 이들 5명은 헛스윙 비율 10위 안에 들어있다. 그러나 볼넷도 자주 골랐다. 김재환과 나성범은 나란히 44개의 볼넷으로 이 부문 공동 5위에 올라있다. 한유섬은 40개, 오재일은 37개의 볼넷으로 각각 9위와 공동 12위다. 박병호는 25개의 볼넷을 얻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