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스포츠동아DB


“거르고 갈 상황이 오면 걸러야 하나(웃음).”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은퇴투어 경기마다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출발점이었던 7월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8월 3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뽑았다. 성적은 타율 0.364(22타수 8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962, 1홈런, 8타점. 기록을 더 살펴보면 출루율과 장타율은 0.417과 0.545. 뛰어난 타자의 기준 중 하나인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도 만족한다. 표본은 크지 않아도 은퇴투어 경기마다 얼마나 맹활약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31일 키움전에선 양 팀 사령탑도 혀를 내둘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대호가 은퇴투어 경기마다 호성적을 낸다’는 취재진의 말에 “거르고 갈 상황이 오면 걸러야 하나 싶다”며 웃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타격감이 워낙 좋으니 한 타석이라도 더 설 수 있게 1번타자로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서튼 감독은 “이대호는 은퇴투어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올 시즌 내내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31일에는 KBO리그 최초 대기록까지 작성했다. 이대호는 2-0으로 앞선 3회초 1사 3루서 친 적시타로 개인통산 1400타점을 완성했다. 이승엽(삼성 라이온즈·1498타점), 최형우(삼성~KIA 타이거즈·1448타점)를 잇는 역대 3번째다. 우타자로는 처음이다. 메이저리그(ML·49타점)와 일본프로야구(NPB·348타점) 시절을 합치면 1797타점이다.

이대호는 이승엽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은퇴투어를 돌고 있다. 다른 9개 구단이 의미 있는 선물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NC 다이노스는 이대호가 프로 데뷔 첫 경기를 치른 마산구장과 관련한 선물을 건넸다. 당시 경기 기록지를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SSG 랜더스는 인천에서 데뷔 첫 홈런을 친 날을 되새겼다. 키움은 이대호를 형상화한 피규어로 고척돔과 작별을 더욱 뜻 깊게 만들었다.

그만큼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대호는 은퇴투어 경기 때면 항상 그 장소와 상대팀이 되새겨준 의미를 생각한다. 자신의 은퇴투어를 기념하러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다른 날보다 더 많다는 것도 잘 안다. 작별 날마다 또 다른 원동력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다. 그는 “은퇴투어 날이면 나를 위해 시간을 내서 야구장에 찾아와주시는 팬들이 많다. 여러 행사를 준비해주시는 상대팀 관계자 분들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게 축하 받으며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