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키움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키움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키움 히어로즈의 고육지책이 통했다.

키움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6-3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은 2승2패로 동률이 됐다. 역대 KS에서 2승2패로 동률이 된 것은 전·후기리그 시기였던 1985년을 제외한 39차례 중 11차례(1993년 3차전·2004년 2·4차전 무승부 포함) 있었다. SSG-키움은 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KS 5차전을 치른다.

키움은 난세 속에서 희망을 봤다. 당초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을 KS 1·4차전 선발투수로 내려 했지만, 오른손 중지 물집이 악화돼 계획을 바꿨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선발등판한 적 없는 이승호를 ‘오프너’로 기용했다. 그는 “올 시즌 구원등판만 해왔기 때문에 많은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점이 걸린다”며 “투구수는 어느 정도 한계를 둬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승호는 보란 듯이 우려를 지워냈다. 이승호는 투구수 48개로 4이닝 1안타 2볼넷 2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1회초에는 볼넷과 폭투로 잠시 흔들렸지만, 최소 실점으로 막은 뒤 2회초부터는 안정적 투구를 선보였다. 3이닝 동안 볼넷 1개를 허용한 것이 전부였다. 이승호는 힘 있는 직구(38개)를 바탕으로 슬라이더(6개), 커브, 체인지업(이상 2개씩)을 배합해 SSG 타자들을 요리했다. ‘오프너’가 선발투수에 버금가는 몫을 해주니 키움 벤치로서도 마운드를 운용하는 데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 2루에서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 2루에서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승호가 포스트시즌(PS)에 이와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승호는 넥센 시절이던 2018년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 선발등판한 적 있다. 당시 이승호는 정규시즌 32경기 중 선발투수로 단 4경기에 뛴 것이 전부였지만, 3.1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의 5-2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당시 장정석 전 감독은 이승호를 ‘오프너’로 기용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외국인투수 2명과 한현희를 제외하면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PS에서 부담감을 한 차례 겪었던 이승호는 4년 뒤 KS에서도 중압감을 즐길 줄 아는 투수가 돼 팀을 도왔다.

타자들도 힘겹게 버틴 마운드를 돕고 나섰다. 2회말에는 1사 1·3루서 신준우가 1루수 앞 번트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3회말에는 5득점하며 이승호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선두타자 전병우가 2루타를 친 뒤 후속타자 이정후가 1타점 우전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계속된 1사 1·2루선 이지영~송성문~신준우가 연속 적시타로 4타점을 합작했다. SSG 선발투수 숀 모리만도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말 1사 3루에서 적시타 때 키움 송성문이 득점을 올린 후 푸이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말 1사 3루에서 적시타 때 키움 송성문이 득점을 올린 후 푸이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키움 마운드에선 이승호뿐만 아니라 불펜투수들도 최소 실점으로 잘 버텼다. 양현(1이닝 1삼진 무실점)~이영준(0.2이닝 무실점)이 분위기를 이어간 뒤 김선기(0.2이닝 2실점)가 잠시 휘청였지만, 이어 등판한 마무리투수 김재웅이 SSG 공격의 흐름을 끊어놓았다. KS 1차전에서 투구수 47개로 2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친 김재웅은 이날도 1.1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8회초에는 2사 만루에 몰리기도 했지만, 그 뒤 등판한 최원태가 주자를 꽁꽁 묶어 이를 상쇄했다. 최원태는 9회초까지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고척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