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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빠질 수도 없고, 빠지고 싶지도 않다.”

지난달 8일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키움 히어로즈에 주어진 휴식일은 불과 일주일이었다. 이 기간마저도 훈련이 불가피했다. 키움은 16일부터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에 돌입해 5경기를 치렀고, LG 트윈스와 PO(이상 5전3선승제)도 4차전까지 펼쳤다. 피로누적이야말로 키움이 가장 경계하는 요소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KS(한국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체력부담이 큰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쌓인 피로는 포스트시즌(PS)을 치르는 동안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올 시즌 196이닝을 던진 뒤 KS(7전4선승제) 이전까지 PS 3경기에서 18이닝을 추가로 던진 에이스 안우진은 급기야 오른손 중지의 물집이 터졌는데, KS 들어선 상태가 더욱 악화돼 투구를 중단하기도 했다. 키움 내야와 타선의 핵인 김혜성도 시즌 막판 손가락 부상뿐만 아니라 무릎, 허벅지 통증도 안고 뛰어야 했다.

이에 홍 감독은 “김혜성의 경우 외부에 드러나진 않았어도 완전하지 않은 몸으로 엄청나게 희생하는 중이다. 선수 본인도 티를 내지 않으니 속상하고 안쓰럽다. 이런 선수들의 투지가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며 “안우진도 본인은 내게 ‘괜찮습니다’라고 하지만, 사실 마운드에서 전력으로 던지다가 또 부상당하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부상 부위에 대해서) 항상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키움은 악전고투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안우진이 조기에 교체된 KS 1차전은 물론 이른바 ‘불펜데이’로 꾸려야 했던 KS 4차전에서도 이를 상쇄한 이들이 등장했다. ‘창단 첫 KS 우승’이라는 원동력 하나로 뭉친 키움 선수들은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로 무장했다. KS 4차전에 임시선발로 나서 안우진의 몫을 채운 이승호는 “지금 선수단 분위기는 오히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 와선 ‘빠질 수도 없고, 빠지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승만 보고 간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