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에서 T1을 3 대 2로 누르고 왕좌에 오르면서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이어온 ‘미라클 런’을 완성한 DRX.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에서 T1을 3 대 2로 누르고 왕좌에 오르면서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이어온 ‘미라클 런’을 완성한 DRX.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2022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서 T1 3:2 꺾고 정상

8강·4강서 우승 후보 차례로 격파
플레이-인 스테이지 팀 최초 우승
김혁규의 라스트댄스도 해피엔딩
‘베릴’ 조건희 롤드컵 두번째 우승
‘언더독의 반란’을 넘어 ‘가을의 전설’을 썼다. DRX가 창단 첫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DRX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2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T1을 3 대 2로 누르고 왕좌에 올랐다. 한국리그(LCK) 대표 선발전부터 시작된 ‘미라클 런’의 마지막 장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결승 물고 물리는 접전

결승 경기는 물고 물리는 접전이었다. 경기 전만 해도 T1의 우승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최근 3년 동안 DRX와의 상대 전적에서 12승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서운 상승세를 탄 DRX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1세트는 예상대로 T1이 어렵지 않게 가져갔다. 상대의 실수를 파고든 경기 운영으로 DRX를 압도했다. 2세트에선 초반 불리함을 이겨낸 DRX가 역전승을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는 다시 한번 강팀의 노련미를 보여준 T1의 승리였다. 롤드컵 내내 이어온 DRX의 근성은 4세트부터 발휘됐다.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상대와의 격차를 벌리며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넘겼고, 경기 중반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5세트에선 흐름을 깨는 중요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마침내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데프트’ 김혁규 첫 우승컵

DRX는 이번 롤드컵 우승으로 가을의 전설을 완성했다. DRX는 LCK 대표 선발전에서 KT롤스터와 리브 샌드박스를 풀세트 접전 끝에 이기고 막차를 탔다. 당시만 해도 4번 시드 DRX를 눈여겨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부터 DRX의 미라클 런이 시작됐다. 5전 전승으로 B조 1위로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유럽(LEC) 1번 시드 로그, 중국 (LPL) 2번 시드인 톱 e스포츠 등과 한 조에 편성된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 1위로 통과했다. 8강에선 디펜딩 챔피언인 에드워드 게이밍(LPL)을 맞아 ‘패패승승승’의 리버스 스윕 승리를 따냈고, 4강에선 LCK 1번 시드이면서 이번 롤드컵 우승 후보 1순위였던 젠지마저 3 대 1로 제압했다. 예선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참가했던 팀이 결승에 오르고, 심지어 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DRX가 처음이다.

이번 우승으로 한때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던 ‘데프트’ 김혁규의 ‘라스트 댄스’도 해피엔딩이 됐다. 2014년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롤드컵 4강에 올랐던 김혁규는 이후 5번이나 롤드컵에 출전했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승 확정 뒤 뜨거운 눈물을 터트린 김혁규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LoL이고 여기서 최고의 성적을 못 거두고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든 실패할 것 같아 포기하지 못했다”면서 “언젠가 이 자리에 서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 자리 서니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DRX 선수 가운데 롤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베릴’ 조건희는 3년 연속 롤드컵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과 함께 두 번의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20년 담원 기아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차지했던 조건희는 2021년 준우승했고, 이번 결승전에선 다시 한번 왕좌에 섰다.

한편, T1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며 롤드컵 통산 4회 우승 목표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