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라가레스(왼쪽), 키움 푸이그. 스포츠동아DB

SSG 라가레스(왼쪽), 키움 푸이그. 스포츠동아DB


올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에선 외국인타자의 존재감이 한층 부각됐다. SSG 랜더스 후안 라가레스(33), 키움 히어로즈 야시엘 푸이그(32)다.


라가레스는 이번 KS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1일 벌어진 1차전부터 4연속경기 안타를 친 그는 기회를 만들거나 직접 해결하는 등 SSG 타선의 핵으로 손색없었다. 1차전에선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멀티출루를 기록하고, 2일 2차전에선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팀의 6-1 승리를 거들더니 4일 3차전에선 역전 결승 홈런까지 터트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메이저리그(ML)에서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수비력은 KS에서도 기대대로였다. 라가레스는 국내구장들 중 가장 습도 높기로 유명한 인천SSG랜더스필드 외야 그라운드에도 문제없이 적응했다. 큼직한 타구 처리나 펜스플레이도 문제없다. 이번 KS 1차전 1회초 1사 2루선 키움 이정후의 파울플라이를 몸을 아끼지 않는 펜스플레이로 잡아내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SSG는 일찍부터 라가레스의 수비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 타격에선 장타보다는 콘택트능력을 발휘해주길 바랐다. 김원형 SSG 감독은 “ML에서도 수비력을 앞세운 선수였지만, 우리 팀에 와 뛰는 모습을 직접 보니 타격능력도 나쁘지 않았다”며 “시즌 중 차츰 적응해나가면서 배트스피드도 향상되기 시작했고, 이번 KS에서도 정확성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푸이그 역시 이번 KS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경기에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한 뒤 KS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KS 1차전부터 3연속경기 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드러낸 것은 물론이고, 쳤다 하면 장타로 연결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4차전까지 뽑은 4안타 중 3개가 2루타였다.


이에 홍원기 키움 감독은 KS 3차전부터 김혜성이 아닌 푸이그를 4번타자로 기용했다. 홍 감독은 그동안 김혜성을 4번타순에 배치한 것을 두고 “내 고집이었던 것 같다”며 “타순에 변화를 줘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푸이그는 홍 감독이 새로운 계획을 펼치기에 안성맞춤의 카드였던 것이다.


푸이그는 이번 포스트시즌(PS) 들어 한층 더 안정적 플레이로 가치를 높였다. 심리적 안정이 가장 큰 배경이다. KS 2차전을 마친 뒤에는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에 온 뒤 삶이 달라졌다”고 적었다. ML에선 여러 사건사고로 ‘악동’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키움 선수들과 한국야구 문화를 함께 겪으면서 심리적 치유를 받은 것이 컸다는 뜻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