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전 단장. 스포츠동아DB

김호곤 전 단장. 스포츠동아DB


김호곤 수원FC 단장(71)이 팀을 떠난다. 축구가 ‘정치의 전리품’이 되는 뻔한 결말이 보인다.

최근 수년간 K리그1(1부)에서 가장 주목 받아온 팀은 수원FC다. K리그2(2부)에서 K리그1로 승격한 뒤 2021시즌에는 역대 최고인 5위를 차지했다. 2022시즌에는 이승우(24)라는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유일하게 여자팀(수원FC 위민)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고, 최고 스타 지소연(31)까지 품었다.

수원FC의 살림살이를 뜯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업적이다. 홈구장 수원종합운동장은 굉장히 노후한 데다 따로 연습구장도 없다. 이 때문에 여자팀은 인조잔디구장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김 단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9년 2월 부임해 2020시즌을 앞두고 김도균 감독을 발탁해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성과를 인정받기는커녕 팀을 떠나야 한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돼 수원FC 구단주를 겸하게 된 이재준 수원시장으로부터 지난달 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 시장의 선거를 도운 지역의 축구인이 단장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무성하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김 단장은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축구가 정치의 노리개가 된 것 같다”며 “시민구단이라고 해도 1년에 100억 원을 넘게 쓴다. 기업구단이라면 오너의 자유겠지만, 시민구단은 시민들의 구단인데 시장의 마음에 휘둘린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시·도민구단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올해 강원FC의 역대 최고 성적에 기여한 이영표 대표이사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 단장은 “여러 사건들이 많았지만, 이 대표는 강원을 매우 잘 이끌었다. 그런데 도지사가 바뀌었단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나는 나이가 많지만, 이 대표는 젊다. 앞으로 분명 더 잘할 것이다. 분명 답이 나와있는데 그러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정치적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김 단장은 시즌 중에도 이 시장과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눈과 귀를 닫았다. 오히려 ‘김호곤 단장 재계약’을 외친 수원FC 서포터스의 단체행동을 김 단장이 사주한 일이라 매도했다. 김 단장은 “그간 어려운 여건에서도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서포터스의 자발적 행동이 오해를 받았다는 것이 (이 시장에게) 가장 섭섭한 일”이라고 말했다.

많은 것을 이뤘으나, 김 단장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명문구단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1부에 올라와 최소 3년은 필요하다. 내년이 고비다”며 “김 감독도 여러모로 답답할 텐데 소신껏 팀을 이끌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수원FC로선 2023시즌이 진짜 위기다. 새로운 단장 체제에서 김 감독과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구단은 ‘축구선진화’라는 계획과 함께 차기 단장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친 적임자가 구단을 이끌게 될지, 끝내 축구가 ‘정치의 노리개’가 되는 뻔한 결말일지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