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쓸 캡틴…손흥민의 위대할 3번째 월드컵 여정

성공적으로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손흥민(오른쪽)이 13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와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토트넘의 4-3 역전승 직후 이날 멀티골을 터트린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반갑게 해후한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스크 맨’이 2022카타르월드컵에 뜬다.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2카타르월드컵에 출격할 태극전사 26명이 공개된 가운데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도 이름을 올렸다. ‘벤투호’는 1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카타르 도하로 출국했고,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현지로 합류할 예정이다.

2일 마르세유(프랑스)와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 도중 왼쪽 눈 주변의 4곳이 골절(안와골절)된 그는 곧장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진해왔다. 다행히 경과는 나쁘지 않다. 최근 개인훈련을 하며 회복과 감각 유지에 공을 들였다.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한순간도 ‘손흥민 제외’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1%의 여지만 있어도 무조건 뽑는다는 입장이었다. 12일 최종 엔트리(26명) 공개에 앞서 국내파 위주로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마지막 소집훈련을 진행할 때도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월드컵에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하며 세계적 특급 스타로 올라섰다. 대표팀 내 영향력이 절대적인 ‘정신적 지주’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존재만으로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에서 만날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에는 큰 압박감을 준다.

손흥민 개인적으로는 3번째 월드컵이다. 8년 전 브라질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한편 알제리와 2차전(2-4 한국 패)에선 생애 첫 월드컵 골도 신고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선 멕시코와 2차전(1-2 패), 독일과 최종전(2-0 승)에서 1골씩을 뽑았다.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실력은 대표팀 동료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사진출처 | 손흥민 SNS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단순히 출전에 만족할 손흥민이 아니다. 대회마다 한 걸음씩 전진했던 만큼 첫 골~첫 승에 이은 다음 목표가 뚜렷하다.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역대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시선을 두고 있다.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년간 국민들이 쓴 마스크를 생각하면, 내가 월드컵에서 쓸 마스크는 아무 것도 아니다”며 단단한 의지를 드러낸 바도 있다.

영국에서 최대한 몸을 만든 뒤 조금은 늦게 카타르로 향할 손흥민을 대표팀 의무진은 총력 지원할 방침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팀 훈련에 정확히 언제 합류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매순간 상황을 확인하겠다. 선수가 편안하게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으나, 항상 부상 후 빨랐던 회복세에 비춰보면 24일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우루과이와 1차전 출전도 전혀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현지 주요 매체들과 글로벌 스포츠채널 ESPN, 미국 CNN 등 전 세계 유력 미디어들도 손흥민의 ‘예고된’ 최종 엔트리 발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커다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