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이강인, 플랜B 이상의 월드컵을 바라본다

마요르카 이강인은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 덕분에 파울루 벤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그는 ‘벤투호’의 플랜B에 만족하지 않고 주전 도약을 꿈꾼다. 스포츠동아DB

‘골든보이’ 이강인(21·마요르카)이 생애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12일 공개한 2022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26명)에 이강인도 미드필더(MF)로 이름을 올렸다. 태극전사들 중 가장 어리다.

극적인 합류다. 오랜 시간 외면당한 이강인이다. 코스타리카~카메룬을 상대한 9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벤투호’에 승선했지만 1분도 뛰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원정 한·일전 이후 1년 6개월여만의 대표팀 컴백이었고,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맹활약을 펼쳐 기대가 컸으나 벤투 감독은 끝내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당시 취재진으로부터 이강인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벤투 감독이 짜증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기에 최종 엔트리 합류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오히려 벤투 감독은 칭찬의 말까지 남겼다. “기술이 장점이다. 예전보다 몇 가지 부분에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경기를 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으나 상당한 진전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강인의 실력은 증명됐다. 실망스러운 9월 일정을 마친 뒤에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 그는 100% 기량을 펼쳐냈다. 최전방, 윙 포워드, 2선 공격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4경기에서 2골·3도움을 올렸고, 약점인 수비에서도 끈질긴 움직임과 과감한 압박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벤투 감독이 언급한 ‘몇 가지 진전’ 중 하나는 수비로 보인다.

이강인. 스포츠동아DB

하지만 이강인의 목표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탁이 아니다. 그 이상을 원한다. 플랜B에만 머물기 위해 도하로 서둘러(13일 밤) 이동한 것이 아니다. 향후 입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중용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벤투호’의 전술적 플랜A는 지속적인 반복 노출로 인해 외부에 훤히 알려졌다. 베스트 라인업 구성도 비슷비슷했다. 숨길 것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강인이 피치를 밟는다면 또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노출 횟수가 적다보니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뒤 ESPN은 구보 다케후사(일본·레알 소시에다드), 아크람 아피프(카타르·알사드), 피라스 알-부라이칸(사우디아라비아·알파테흐), 오미드 누라프칸(이란·세파한)과 함께 ‘카타르월드컵에서 주목할 아시아 유망주 5명’에 이강인을 포함시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