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사진출처 | 나폴리 구단 SNS

김민재. 사진출처 | 나폴리 구단 SNS


홍명보(53·울산 현대 감독), 이정수(42·수원FC 코치), 김영권(32·울산), ….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던 ‘골 넣는 수비수’들이다. 흥미롭게도 수비수가 골 맛을 봤을 때, 흐뭇한 추억도 함께 따라왔다.

홍 감독이 득점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한국은 악착같은 저력을 보여줬고, 이정수가 득점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에선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년 전 러시아대회에선 김영권의 선제 결승골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도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경기를 ‘카잔의 기적’으로 표현하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022카타르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있다. 12년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재현을 꿈꾸는 태극전사들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도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가 있다.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26·나폴리)가 코칭스태프의 호출을 기다린다. 안와골절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갖춘 방패의 존재는 몹시 든든하다. 2018년 하반기 출범 이후 벤투 감독이 꾸준히 강조한 ▲강한 압박 ▲전방위 빌드업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수비수다. “안정적이면서 과감하고 공격적”이라는 것이 벤투 감독의 평가다.

주말까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15일 도하에 개별 입성한 김민재의 표정은 밝았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은 생애 첫 월드컵이다. 러시아대회 때도 최종 엔트리 합류가 유력했으나, 뜻밖의 정강이 골절로 꿈을 접었던 터라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열망은 굉장히 강하다.

실력은 이미 ‘탈아시아급’으로 통한다. 수비가 유독 강조되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2022~2023시즌 리그 14경기에서 2골을 뽑아 팀의 개막 15경기 무패(13승2무)와 11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남다른 축구센스에 압도적 피지컬, 스피드, 타점 높은 공격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그는 유럽 빅리그 입성 직후인 9월 ‘세리에A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고, 10월에는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가 뽑는 월간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A매치 통산 44경기에서 3골을 기록 중인 김민재는 월드컵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노린다.

한편 나폴리는 15일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김민재의 이미지와 함께 “월드컵 첫 출전을 위해 한국의 부름을 받았다. 축하하고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를 올리며 핵심 수비수의 월드컵 선전을 바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