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이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축구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의 활약에 한국의 카타르월드컵의 성패가 달려있다. 사진제공 I 대한축구협회

황인범이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축구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의 활약에 한국의 카타르월드컵의 성패가 달려있다. 사진제공 I 대한축구협회


‘마에스트로’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이 본격적으로 2022카타르월드컵 도전에 나섰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26명)에 뽑힌 황인범은 1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팀 훈련에 합류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 국내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뒤 꾸준히 중용된 그는 이제 ‘평생의 꿈’인 월드컵 무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K리그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루빈 카잔(러시아)으로 이적해 유럽생활을 시작한 황인범은 2022~2023시즌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떠나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령탑들을 거치면서도 흔들림 없이 주전을 꿰찼고, 그리스 슈퍼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 올 시즌 16경기에서 1골·2도움을 뽑고 있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대단했다. ‘벤투호’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추구해온 빌드업 축구의 중심축인 황인범은 37차례의 A매치에서 4골을 기록 중이다. 공격 포인트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팀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자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일군 결과물이라 그 가치는 상당하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벤투 감독조차 눈빛만 봐도 통하는 황인범에게는 “아주 훌륭한 기량을 갖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조별리그 H조에서 만날 우루과이(24일)~가나(28일)~포르투갈(12월 3일·이상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토너먼트 라운드로 오르기 위해선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승점을 최대치로 쌓아야 한다.

황인범. 스포츠동아DB

황인범. 스포츠동아DB


특히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엄청난 중원 싸움이 불가피하다. 우루과이에는 세계적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와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가 버티고 있다. 1대1 대응이 쉽지 않다.

그러나 황인범의 도전의지는 충만하기만 하다. 피지컬에서도 밀리고, 이름값에서도 부족하나 축구 지능과 볼 센스는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상대가 몸으로 강하게 부딪혀오면 함께 맞서는 대신 주변과 약속된 움직임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미리 상대의 움직임과 전술 패턴을 읽어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전개시켜 위험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구상도 세워뒀다.

“여전히 부족해도 많이 성장했다. 목표한 바를 하나씩 성취하며 자신감도 쌓였다. 축구는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겁내지 않고 많이 즐기겠다”는 황인범은 인생 최고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