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2022카타르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축구가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다.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안면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 의지를 불태우며 축구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1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에이스의 가세로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대표팀은 마침내 ‘완전체’가 됐다. 어두운 색상의 코트 차림에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채 도하 하마드국제공항을 빠져나온 손흥민은 왼쪽 얼굴의 붓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표정은 밝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안전사고를 우려해 대표팀 스태프를 보내 동선을 조정해야 했을 정도로 공항에 많이 몰려든 팬들에게도 손 인사를 전하며 여유를 보였다.

“몸 상태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동료들과 잊지 못할 월드컵을 만들고 싶다”는 소감을 남긴 채 선수단 숙소로 향한 손흥민은 도착 당일 알에글라 5번 피치에서 진행된 팀 훈련부터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일단 손흥민의 컨디션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20분간 러닝, 스트레칭 볼 터치, 패싱 등의 초반 프로그램을 잘 마쳤고 황희찬(26·울버햄턴), 김진수(30·전북 현대)와 함께 비공개 회복훈련도 무사히 소화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제작해준 안면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스크 적응’과 ‘피치 적응’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마부터 코까지 덮는 검정색 마스크는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이 새겨졌을 뿐, 아주 평범했다. 마케팅·장비 규정에 엄격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훈련 후 손흥민은 “선수는 부상 리스크가 항상 따른다. 뛰는 데 문제없다. 매 경기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 미래는 알 수 없으나 간절히 3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2일 마르세유(프랑스)와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경기 도중 공중볼을 다투다 왼쪽 눈 부위 4곳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은 뒤 긴급수술을 받고 영국 런던에 머물며 회복에 전념해왔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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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에 비상등이 켜졌으나 ‘긍정의 아이콘’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았고, 현지 의료진의 노력과 토트넘 구단의 도움으로 생애 3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됐다.

한국축구에서 손흥민의 비중은 엄청나다. 2014년 브라질대회(1골)와 2018년 러시아대회(2골) 전 경기에 출전했고, 지난 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 선수의 명성을 지켰다.

이처럼 굵직한 족적을 남긴 손흥민의 출전에 조별리그 H조에서 경쟁할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은 물론 전 세계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겨울월드컵이란 특수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스타들이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초비상이 걸린 FIFA와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도 손흥민의 참가를 크게 반기고 있다.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은 “근육의 피로도가 적다는 점은 긍정요소”라고 설명한 바 있다. 통증이 줄고 마스크에 익숙해지면 실전 투입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손흥민과 대표팀 의무진은 가능한 24일 오후 10시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 출전을 목표로 경기 리듬을 최대한 끌어올릴 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