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 도착한 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52·스위스)을 마주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8일(한국시간) 대회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진행된 월드컵 심판 미디어 브리핑에서였습니다.

‘외계인 주심’으로 유명한 FIFA 심판위원장 피에르루이기 콜리나(62·이탈리아)가 참석한 자리에 인판티노 회장도 동석했습니다. 그런데 어릴 적 교장선생님 훈시처럼 한참의 독백이 이어져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저기서 하품과 한숨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인판티노 회장의 기분은 꽤 좋아 보였습니다. 내년 3월 르완다에서 개최될 FIFA 차기 회장 선거 출마자 등록이 마감된 결과, 그만 유일하게 등록해 3연임이 유력해졌거든요.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임기 중의 큰 성과로 보고 있습니다.

19일에도 인판티노 회장의 ‘훈화 말씀’이 한참 이어졌습니다. 개막 공식 기자회견이었는데, 몰려든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노동자 인권과 엄격한 주류 규정이 화두였습니다.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가 결정된 뒤 10여년의 준비기간 중 이주노동자 6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는 모두가 기억하실 겁니다. 인판티노 회장의 ‘독백’ 요지는 이랬습니다.

“정말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유럽에 일자리를 만들어줘라. 중동과 카타르를 비판하기 전에 (유럽이) 3000년간 해온 일을 향후 3000년간 사과부터 해야 한다. 카타르는 잘 준비됐고, 최고의 월드컵을 만들 것이다. 모두가 즐겼으면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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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금의 아쉬움은 남습니다. 완벽히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금지됐거든요. 엄격한 이슬람율법으로 돼지고기와 연인들의 스킨십, 주류 판매 및 음주가 불법이라 적발되면 큰 처벌을 받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카타르까지 공수한 선수단 식재료에서 돼지고기를 전부 배제할 정도니까요.

그 중에서도 딱히 대체할 것이 없는 주류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당초 월드컵 기간에 한해 킥오프를 전후로 경기장 인근과 팬존(Zone) 등 일부 지정구역에서 FIFA 공식 후원사 버드와이저의 맥주가 판매될 예정이었는데 돌연 없던 일이 됐습니다.

50리얄(약 1만8000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도하 현지의 팬들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후원사에도 최악의 소식이고요. 인판티노 회장은 “후원사에 나쁜 소식이나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다. 하루 3시간 정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죠. 글쎄요, 딱히 문제될 건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이 제한되니 답답함이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자유 속의 통제가 익숙하지 않은 세상이니까요.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